공매도의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하게 만들 때다 [동아시론/김대종]
개인보다 담보비율과 기간이 유리하기 때문
투자 공정성 회복하고 불법 공매도 엄벌해야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측될 때 주식을 빌려서 차액을 얻는 투자법이다. 2023년 공매도 비중은 대략 외국인 80%, 기관투자가 18%, 개인 2%다.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개인은 공매도를 할 때 대주(貸株)라고 주식을 3개월간 증권사에서 빌린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는 증권예탁원 등에서 무기한으로 빌릴 수 있다. 최근에 문제가 됐던 BNP파리바은행과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했다. 한국에서는 엄하게 금지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다. 외국인과 기관은 주식 담보 비율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개인은 140%로 높은 담보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정부가 지적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이런 담보비율, 기간, 불법 공매도 등이다.
그렇다고 공매도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매도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코로나 때도 공매도를 허용했다.
공매도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정한 주가를 예측할 수 있고 과열을 방지한다. 주가조작에 의해 급등할 때 공매도를 통해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주가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가조작에 의해 인위적으로 올랐다면 공매도를 통해 적정한 가격까지 하락한다.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에서 10배 이상 오른 종목들은 모두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이었다. 둘째, 유동성 공급이다. 경기가 하락하고 거래가 안 될 때 공매도는 유동성을 공급한다. 공매도가 없다면 주식 하락기에 거래가 없다. 그러나 공매도가 있다면 본인에게 없는 주식을 빌려 와 거래를 하기에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의 단점도 만만치 않다. 첫째, 주식 침체기에 하락을 가속화한다. 코로나 사태처럼 주가가 하락할 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급락시킨다. 코로나처럼 외부 악재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면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것이다. 둘째, 공매도는 외국인이 정보와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다. 외국인들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면 대량으로 주식을 빌려 와 매도해 이익을 챙긴다. 특히 한국에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 공매도를 통해 큰 차익을 남겼다.
정부에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매도에 대한 기간, 담보비율 등을 동일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 기관, 개인이 같은 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불법 공매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외국인들은 불법 공매도가 한국에서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반복해왔다. 그만큼 우리의 공매도 관리체계가 허술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형사처벌을 포함하여 엄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재산형을 포함해 이익금을 모두 환수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앞서는 불법 공매도 이익이 과태료보다 많기에 외국인들이 반복하여 법 위반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 셋째, 2024년 6월까지 정부는 전산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 잔액 확인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전산 체계를 갖춘 뒤, 향후 불법 공매도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3년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2000조 원 중 27%가 외국인 투자다. 국민은행 72%, 삼성전자 53%가 외국인 지분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인이 1400만 명이지만, 글로벌 시가총액 비중에서 미국 60%, 한국 1.5%에 그치고 있다. 한국인의 투자 못지않게 외국인의 투자가 활발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자본시장을 육성하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제조업은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은 9위의 국가다. 하지만 금융경쟁력은 이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정부는 자본시장을 육성해 싱가포르처럼 동북아 금융허브 국가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과 효율성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공매도시장을 모두에게 공정한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 외국인투자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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