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덕]노란봉투법의 약자 보호?… 힘 없으면 법 어겨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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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영계가 강력히 반발했고 노동계는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길 촉구했던 법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기존 '사업주 등'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사용자 측이 노조원 개인별로 책임의 범위를 일일이 입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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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 있으니 쟁점별로 한번 따져볼 필요는 있겠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합법 파업의 조건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불일치로 인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불일치로 인한 분쟁’으로 바뀐 것이다. ‘근로조건의 결정’은 급여나 근로시간 등에 대한 임금협상과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대기업 강성 노조들은 매년 파업을 해왔다. 파업을 하지 않더라도 협상용으로 최소한 파업권은 획득해 왔다. 그런데 ‘결정’이란 단어가 빠지면서 경영적 판단 범위인 채용, 해고, 사업장 이전 등을 놓고도 노조가 파업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법원에서 흔히 쓰는 말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노조가 생업을 내팽개치고 거리로 나서는 데 월급만 이유가 되겠나. 나 자신 또는 내 동료가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 단체의 이름으로 회사에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법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은 노조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하지만, 시행령을 통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두 번째부터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기존 ‘사업주 등’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은 그야말로 실질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은 단어다. 결국은 재판을 통해 가리겠다는 얘기다. 수년간 많은 판례들이 쌓여야 대략적인 기준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산업계는 혼란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하청업체 노조원들이 자신과 근로계약을 맺은 회사 대신 원청업체와 임금 교섭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내게 월급을 주는 사장은 따로 있는데, 그 사장의 고객에게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한다는 얘기다. 적게는 수십 곳, 많게는 수천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와 일하는 대기업은 일 년 내내 임금협상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게 된다.
화룡점정은 노조에 손해배상 책임의 ‘면죄부’를 주는 세 번째 쟁점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사용자 측이 노조원 개인별로 책임의 범위를 일일이 입증하도록 했다. 노조 파업으로 수백억 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노조원 A 씨 10억 원, B 씨 30억 원, C 씨 5억 원처럼 개인당 손해액을 발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불법 행위는 처벌을 받는 게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불법 파업도 마찬가지로 관용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그 누구도 약자라는 이유로 법을 어길 권리를 준 적은 없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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