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의대 증원에 관한 한 의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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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소집된 의관 대표 회의는 성토와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게다가 예조는 "의생 증원 여부는 의관들과만 협의하겠다"는 무술년(2018년) 합의를 깨고 현장 상황, 의관 고충을 전혀 아랑곳 않는 서생·상놈들과도 논의하겠다고 한다.
의생들 숫자만 늘리면 '만병통치약'처럼 작금의 외과적 시술이나 산모 해산 분야, 삼남지역 활동 의관 부족 사태 등이 해결될 것처럼 호도하는 육조의 빈약한 논리를 파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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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소집된 의관 대표 회의는 성토와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예조참판이 지난 정월 “내년 사월까진 늘릴 의생 숫자를 정하겠다”고 공언할 때만 해도 한 벼슬아치의 호기라고 치부했다. 그런데 지난 달 한양 강서현감 선거 이후 용산궁 분위기가 급변했다. 주상(主上)이 직접 의관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더니 만인지상(萬人之上)마저 “심대한 위협” 운운하며 의생을 늘려야 한다고 설파하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의원 문을 닫고 용산궁, 육조거리 앞에서 상투 풀어헤치고 농성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렇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지난 몇 해간 팔도를 휩쓴 돌림병과 부쩍 늘어난 고령 환자들, 진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삼남지역 백성들 아우성 등으로 의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는 않다. 백성들 사이에서 의관 수는 구라파 어느 나라의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벌이’는 평민의 7배라는 낭설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게다가 갑진년(2024년) 4월 큰 정치 일정을 앞둔 주상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네 집단행동을 ‘희생양’ 삼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나라 부차는 아버지 원수를 갚기 위해 날마다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고 쓸개를 핥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움츠리고 있을 일만은 아니다. 의생들 숫자만 늘리면 ‘만병통치약’처럼 작금의 외과적 시술이나 산모 해산 분야, 삼남지역 활동 의관 부족 사태 등이 해결될 것처럼 호도하는 육조의 빈약한 논리를 파고들어야 한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작금의 사태는 의관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을 적재적소에서 치료해야 할 혜민서 소속 의관들이 턱없이 적어서 생긴 문제다. 지금 당장 도성·마을 거리를 수십보만 걸어도 계속 맞닥뜨리는 게 의원 간판이다.
이번 공백 사태 해결의 단초는 의관 증원이 아닌 배분에 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대하는 혜민서 의관들부터 늘려야 하고 그 노고에 걸맞은 보상과 예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 역시 온나라 백성들이 무병장수하길 바라는 측은지심(惻隱之心)에서 이 업(業)에 뛰어들었다. 분야별 녹봉 차등지급 이외 별다른 대책이 없던 군신들이 이제 와서 일가친척을 허망하게 보낸 백성들 울분을 불쏘시개 삼아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앞에선 공공재(公共財)라고 추켜세우고 뒤에선 ‘짬짜미 철밥통’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족속에 대한 우리의 응전은 무엇이 될지 현명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송민섭 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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