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시파 병원 내부 진입한 이스라엘군…환자·의료진 ‘공포’
환자와 직원 등 직접 심문도…‘최대 분수령’ 평가 나와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시간) 하마스 근거지로 지목해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 내부에 전격 진입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치유의 집’으로 불려온 알시파 병원은 최대 격전지가 됐고, 응급병동에까지 탱크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최대 분수령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을 틈타 알시파 병원 내 특정 지역에서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원을 향해선 “모두 투항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목격자들 말을 인용해 100명 이상 특공대원이 투입됐고, 탱크 6대와 다수 불도저가 병원 본관 앞에 진을 쳤다고 보도했다. 응급병동까지 탱크가 진입한 데 이어 군인들이 아랍어로 “움직이지 말라”고 소리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응급실 직원 오마르 자쿠드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피신해 있던 남성들을 발가벗기고 눈을 가린 채 끌고 갔고, 잔인하게 폭행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환자와 의료진, 직원들을 심문했고 16~40세 사이의 모든 남성에게 병원 안뜰로 모이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알시파 병원엔 위독한 환자 100여명을 비롯해 환자 약 650명이 남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인큐베이터와 의료 장비, 이유식을 병원에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병원 측이 이를 수령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작전 개시 전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지난 13일 가자시티 알란티시 병원 지하에서 하마스 대원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기와 폭탄을 발견했다며 하마스가 병원을 ‘인간 방패’로 삼은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또 알시파 병원 진입 1시간 전 하마스에 “수분 내 병원을 급습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근거로 국제인도법을 준수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사실상 판을 깔아줬다는 시각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압박은 가하지 않았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군사작전 거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 발언 몇시간 뒤 작전을 개시했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반발했다. 하마스는 “병원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책임은 전적으로 이스라엘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아슈라프 알쿠드라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은 “병원에는 환자와 의사, 난민들만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작전은 한 달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최대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마스 절멸을 내세운 이스라엘에 ‘하마스 근거지’로 지목된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 지상작전의 핵심 공략 대상이었다. 하지만 환자 수백명이 치료받고 있는 병원에 군인과 탱크를 앞세워 직접적인 공격을 가한 이번 사태는 이미 무차별 공습으로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해온 미국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지난 10일 발표한 1만1078명을 끝으로 추가 집계가 멈췄으나, 폭격이 계속돼 수천명이 더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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