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교사운동, "서이초 사건, '교사 괴롭힘' 관점에서 재수사해야"
"경찰, 교직 특수성 고려하지 않은 채 수사…재수사 필요"
"교사-학부모 간 힘의 불균형 존재…직접 피해 없이도 위해 가능"
"수많은 의혹과 정황에 대한 해명 없어"
교권회복운동의 기폭제가 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최근 범죄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이 재수사와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오늘(15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찰이 지속적인 괴롭힘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괴롭힘'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교직이라는 특성을 수사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며 "당국의 적극적인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사건의 경우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분명한 힘의 불균형이 형성되어 있었다"며 "직접적인 폭언, 위협, 협박이 없었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교사에게 심리, 정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서이초 선생님이 10차례에 걸쳐 학교 측에 상담 요청을 했던 정황과 이른바 '연필 사건'의 학부모가 경찰· 검찰 수사관인 정황, 동료 교사들의 해당 선생님의 고충에 대한 증언 등 수많은 의혹과 정황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없다"며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동안 제기되었던 많은 의혹들, 특히 서이초 선생님이 10차례 걸쳐 학교 측에 상담 요청을 했던 정황, 소위 연필 사건의 학부모가 경찰, 검찰 수사관인 정황, 근무 시간 이후에도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이 간 정황, 동료 교사들의 해당 선생님의 고충에 대한 증언 등 많은 의혹과 정황에 대한 명쾌한 해명도 없이 범죄 혐의가 없어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이번 서이초등학교 사건에 대해 '교사 괴롭힘(Bullying)'의 관점에서 재수사에 나설 것을 요청합니다. 경찰 측은 브리핑에서 지속적인 괴롭힘은 없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괴롭힘'을 아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교직이라는 상황을 수사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이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인 Pervin과 Turner(1990)은 교사를 대상으로 한 괴롭힘(bullying)은 모욕, 무시, 험담, 비웃음, 교사의 자격에 대한 손상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또한 학생들 사이의 집단 따돌림, 사이버 불링, 직장 내의 괴롭힘 등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데, 가해자가 공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한다는 것,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 등이 교사 괴롭힘의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직의 경우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과 규범의 유지가 매우 중요한 특성을 가지므로 교사 괴롭힘(bullying)은 개인적인 위협일 뿐 아니라 교사로서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도 치명적인 위협이 됩니다. 단순한 외상의 수준을 넘어 복합외상 즉, 자신을 지탱하는 구조의 붕괴, 대인 관계에서의 위축, 삶의 의미 상실 등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박철옥, 2015.) 또한 전화, 메신저 등 사이버 괴롭힘(bullying)의 경우,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적게 인식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는데 실제 교사를 대상으로 한 괴롭힘(bullying)도 근무 시간 외에 휴대폰 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사이버 괴롭힘(bullying)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 피해를 받은 교사가 겪는 고통이 가해자에게 쉽게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입니다.(신을진, 2023.)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직접적인 폭언, 위협, 협박, 강요가 없었다 하더라도 가해자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교사에게 심리, 정서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적인 위해를 가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사건의 경우 학부모가 자신의 신분(경찰)을 밝히는 등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분명한 힘의 불균형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개별 학부모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행하지 않았더라도 교직의 특성상 교사 입장에서는 여러 학부모들에 의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간호사들의 '태움' 역시 한 명의 선배 간호사에 의해서가 아닌 여러 간호사 선배로부터 당한 괴롭힘이 반복적인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교사 괴롭힘(bullying)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넘쳐나는 바 경찰 당국의 적극적인 재수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재수사 과정을 통해 해당 교사에 대한 순직 처리 역시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9월 22일 성명을 통해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교사의 순직 인정 비율이 1.9%에 그치며 이는 다른 공무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 경찰 측은 국과수로부터 "고인이 학급 아이들 지도 문제와 아이들 간 발생한 사건, 학부모 중재, 나이스 등 학교 업무 관련 스트레스와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해 심리적 취약성이 극대화돼 극단 선택에 이른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의 심리 부검 결과를 전달받았다 발표했습니다. 국과수의 심리 부검 결과만을 놓고 보더라도,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업무상 관련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것으로 인정되는 바 마땅히 순직 인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찰 측의 발표로 지난 여름 진상규명을 외쳤던 수많은 교사들의 허탈감은 감출 길이 없습니다. 동료 교사를 잃은 슬픔을 넘어, 자신이 죽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리라는 무기력과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이번 수사 결과는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입니다. 다시 한 번 교사 괴롭힘이라는 관점에서 서이초 선생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재수사와 순직 인정 처리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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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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