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속살 찌우기’…공부하는 시의원들

김보미 기자 2023. 11. 15. 21: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연구단체’ 활동
골목상권·젠트리피케이션 등
지역 생태계 구축 해답 찾기
‘로컬인 서울포럼’ 등 성과
지난 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로컬브랜드 상권 활성화 토론회’에서 상인과 연구자 등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훈 서울시의원실 제공

개성을 살린 작은 상점과 소규모 식당들이 늘면 상권에 활기가 돈다. 사람을 이끄는 힘을 갖게 된 덕이다. 그 힘은 자본력도 끌어들여 지역경제를 키우지만, 작은 가게들은 임대료 상승 등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동네 개성은 결국 사라진다.

서울 시내 수많은 골목 시장·상권이 겪어온 악순환 구조다. 소상공인이 만든 지역 정체성은 지속될 수 없을까.

지난 1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린 ‘로컬브랜드 상권 활성화 토론회’는 시의원과 상인, 연구자들이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은 지역상권을 정의하고 지역 연구도 전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로컬브랜드가 급성장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을 맞지 않도록 공공이 정책으로 지역 골목시장 성장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역 색깔 유지를 공공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를 위해 지원 평가에서도 상권 기여도 등 정량·정성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경신원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대표는 “상권이 쇠퇴한 후 재생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노하우도 사라진다”며 “지역에 기반을 가진 소상공인의 지속 가능한 모델이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만큼 각자의 정체성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서울 편입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서울 역시 인구가 감소하고 성장동력이 줄어 대안 찾기에 애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 불균형도 심하다. 정부와 서울시가 대안으로 ‘로컬브랜딩’을 내놓고 정책과 예산을 투입 중인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시의원들로 구성된 의원연구단체 ‘로컬인 서울포럼’(로컬인)이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로컬인은 지역상권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제안해보자는 차원에서 꾸려졌다.

이들은 지난 1년간 전문가 강연을 잇달아 열고 현장을 탐방하는 등 연구 활동과 함께 정책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서울시에 로컬브랜드 상권 지원 조례안 제정 등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토론회는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는 막바지 작업이었다.

로컬인 대표 이상훈 시의원은 “로컬 비즈니스와 콘텐츠·브랜드가 골목형 상권과 어떻게 연결돼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지역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예산 지원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는 이 같은 의원연구단체를 조례에 따라 매년 모집해 모임과 연구용역 등을 지원한다. 의원 10~20명이 단체를 결성해 계획안 등을 제출하면 운영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 선정한다.

로컬인처럼 지역과 지방자치를 연구하는 모임뿐만 아니라 저출생·문화유산·기후변화 등 지역에서 문제로 떠오른 다양한 도시 현안을 주제로 한다. 올해는 16개 신규 단체를 비롯해 총 25곳이 선정됐다.

‘저출생 대응 정책 개발 연구회’는 지난 4월 난임병원 등 의료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저출생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서울미래정책연구’ 모임은 지난 3월 ‘한국형 챗GPT 산업 현황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서울시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 챗봇을 메타버스 시의원의 모습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방의회 전문성은 시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며 “앞으로도 정책토론회와 대학·기관 연수, 전문가 초청 강연과 다양한 연구모임을 활성화해 실력 있는 지방의회의 모범적인 활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