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세계의 기후행동 진행 상황, 비참할 정도로 부족”
2030년 목표, 42개 지표 평가
41개가 목표 궤도 못 올라서
탈석탄·저탄소 속도 태부족
화석연료 사용 등은 역주행
감사원은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전력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고 목표치를 높인 것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낮췄고,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도 줄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여전히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세계 발전 부문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47~78%에 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는 30일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세계의 ‘기후행동’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세계 각 분야의 ‘기후행동’이 대부분 올바른 방향으로는 가고 있지만 속도가 태부족이라고 봤다. 방향마저 틀려 역주행하는 분야도 있었다.
국제 연구단체인 체제전환연구소와 기후행동추적, 세계자원연구소 등의 연구진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행동 현황 2023’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를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세계의 기후행동이 적절한 방향과 속도로 가고 있는지 분석했다. 2030년 목표를 기준으로 전력, 건물, 산업, 운송, 산림, 농업 등 부문을 고루 살폈다.
결론은 절망적이다. 연구진은 총 42개 지표를 평가한 뒤 “전반적으로 진행 상황이 비참할 정도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41개 지표는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재조림’ ‘전체 차량 중 전기차 점유율’ 등 6개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속도를 지금보다 2배 이내로 더 내면 된다’란 조건이 붙었다.
기후행동 속도가 ‘태부족’인 지표는 24개나 됐다. 보고서를 보면 2030년까지 세계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4%로 줄어들기 위해서 세계는 ‘탈석탄’ 속도를 지금보다 7배 더 내야 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240개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의미다. 발전 부문의 탄소집약도는 9배 더 빠르게 줄여나가야 한다. 건물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집약도도 그린 리모델링 등으로 3배 빠르게 줄여야 목표를 맞출 수 있다.
연구진은 ‘교통 부문 전반’에서는 여전히 속도가 부족하다고 봤다.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는 지금보다 6배 더 속도를 내야 하는데, 이는 매년 약 1300㎞의 대중교통 노선을 추가하라는 얘기다. 자전거도로 확보는 ‘10배 이상’ 빨라져야 한다. 이 밖에 산림 벌채율 감소 속도도 4배 이상 빨라져야 한다. 연구진은 6개 지표에 대해 ‘역주행’했다고 봤다. 세계 철강 생산의 탄소집약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대중교통 대신 ‘개인 승용차’로 이동하는 비율도 계속 늘고 있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상승 추세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향과 속도’ 모두 적절한 기후행동이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5년간 연평균 65%씩 늘어났다. 연구진은 “전기차 판매는 S자 곡선의 초입에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저렴하고, 충전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면서 앞으로도 계속 가속화될 것”이라고 봤다.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의 성장도 고무적이라고 봤다.
하지만 1.5도 목표를 맞추려면 태양광, 풍력 발전의 비중이 2030년까지 57~78%로 높아져야 한다. 연구진은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매년 24%씩 증가해야 해서 2030년까지 지속적인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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