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방화·살인으로 사망한 초등생 부모, 국가 손해배상 받는다
안인득의 방화·살인 범죄로 사망한 초등학생과 60대 노인의 유족에게 국가가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안인득의 범행 발생 전 이웃들이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했는데도,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진단‧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4부(재판장 박사랑)는 15일 안인득 범행 피해 유족 A씨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총 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유족은 안인득의 방화·살인으로 사망한 초등학교 여학생(사건 당시 12세)의 부모와, 그 여학생 할머니(당시 65세)의 다른 자녀들이었다.
재판부는 “경찰이 안인득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단·보호 신청 등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신고) 당시 경찰이 안인득의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복된 유사 신고 이력을 검토했다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했을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경찰이 적어도 2019년 3월 중순쯤 안인득에 대한 행정입원을 요청했다면 입원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랬다면 적어도 범행 시점에 안인득은 정신 의료기관에 입원돼 방화 및 살인을 실행하기 불가능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안인득은 2019년 4월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안인득은 범행 당일 새벽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후, 대피 통로에서 기다렸다가 도망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안인득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범행 전 6개월여간 최소 9차례에 걸쳐 경찰에 안인득의 이상 행동이 이웃 주민 등에 의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안인득이 쇠망치를 들고 시민을 폭행하고, 자활센터에서 자신을 돕는 직원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주민들은 경찰에게 “안인득이 위협감을 준다” “신변보호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안인득의 반복적인 이상 행동에도 계도나 화해 권유 등에 그치며 필요한 행정입원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 당사자인 정부는 “정신질환 전문가 아닌 경찰관에게 적극적 조처를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가에게 범행을 저지른 안인득과 동일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국가의 책임 비율을 40%로 제한해 위자료를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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