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윤석열표 예산’에…야, 상임위 곳곳 증액안 단독 처리

김윤나영 기자 2023. 11. 1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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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조 본격 ‘예산 전쟁’
지역상품권 등 야당 요구 외면
민주당, 과기부 8000억 증액
168석 다수당 힘으로 ‘반격’
여당 “날치기식은 인정 못해”
이재명 “당력 총동원해 R&D 복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 중구 용두동 민주당 대전광역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R&D 예산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예산전쟁에 돌입했다. 168석의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연구·개발(R&D) 및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증액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정부가 야당 요구를 외면한 ‘윤석열표’ 예산안을 제출하자, 이번에는 다수당인 야당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R&D·지역사랑상품권·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등 3대 예산을 증액할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안보다 8000억원을 늘린 내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퇴장했다.

민주당은 과기정통부 예산안에서 R&D 예산 등을 8000억원가량 증액했다.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2조원을 늘렸다. 대신 글로벌TOP전략연구단 지원사업, 첨단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등 분야에서 1조1600억원을 깎았다. 방심위 예산안에서는 한국방송공사(KBS) 대외방송 송출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 등을 278억원 늘렸다. 가짜뉴스 규제 관련 예산 46억원은 깎았다.

국민의힘, 미래세대 연구현장 간담회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5일 국회 당 회의실에서 열린 ‘미래세대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가짜뉴스 예산 등은 국민에게 꼭 필요한 예산”이라며 “여야 합의 없는 날치기식 예산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측은 여전히 ‘윤석열표’ 예산을 고집하며 주요 사업에 대한 국회의 예산 심사를 수용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맞섰다.

정부가 0원으로 편성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지난 10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7053억원으로 증액됐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의결 직전 집단 퇴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 본 자영업자를 위해 2022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으로 약 7000억원을 지원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한 2023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의 반발 끝에 여야는 지난해 2023년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안을 민주당 요구안의 절반인 3500억원 수준으로 합의해 통과시킨 바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또다시 0원으로 편성했고, 이에 반발한 민주당이 관련 예산 7000억원을 되돌려놓은 것이다.

여야는 예산안 감액을 두고도 대치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감사원, 검찰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 등 예산을 최소 5조원 이상 감액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의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정부가 편성한 123억원을 올해 다 쓰기는 어려운 만큼 70억원 정도 줄이자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예산안 ‘묻지마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예산안 처리 전망도 밝지 않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단독 증액한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헌법에 따라 국회는 예산안을 감액만 할 수 있고,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탄핵소추를 재추진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정국이 경색된 만큼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2일)을 지키기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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