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샹송의 계절
에디트 피아프의 애절한 노래를 듣는 밤엔 마파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그야말로 추풍낙엽. 서커스단 곡예사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어찌나 키가 작던지 ‘작은 참새’란 별명으로 불렸대. 그녀의 대표곡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를 들어야 ‘만추의 계절’이 비로소 완성된다. 샹송 음반을 몇 장 꺼내놓고 분위기를 떡하니 잡아보는 날이다.
또 지중해 해풍이 살랑대는 노래 ‘모나코(Monaco)’, 듣기에 따라선 ‘머라꼬?’ 경상도 말투만 같아. 가수 장 프랑수아 모리스가 부른 노래. 장발장이랑 같은 장씨인가.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와 같은 굵은 목소리가 간지럽게 흐른다. “뭐라꼬?” “여름 해변이 그립다고요.”
눈이 내릴 것같이 검은 구름도 몰려온다. ‘돈 벌어 나 줘~’ 그리 들리는 아다모의 노래 ‘통브 라 네주(Tombe La Neige)’, 이 노래는 가수 이숙이 ‘눈이 내리네’란 제목으로 번안해 불렀다. “눈이 나리네. 당신이 가버린 지금 눈이 나리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 소복소복 쌓이네.” 이 노래를 따라 부를 때, 내리네가 아니라 나리네라고 하면 창밖에 진짜 눈이 온다. 해봤는데 눈이 안 온다고 고소 고발은 마시길.
테레비에 이어 라디오도 사장님이 바뀌면 틀어주는 노래까지 바뀔지 몰라 아예 음반을 찾아다가 전축 앞에 쌓아두고 듣고 있는 중이다. ‘불공정 편파 음악’을 즐기는 재미가 솔찬하다.
샹송의 계절이 끝나면 선거의 계절이 오리라. 투표소에서 나뭇잎처럼 파인 도장을 꾹들 누르시겠지. 무능하고 유해한 정치인과는 헤어짐이 아름다워라. 바다에서 그물에 걸린 멸치 부부가 헤어지며 하는 말. “여보! 멸치국숫집에서 부디 다시 만납시다.” 애처로운 눈물 바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애처로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 첫눈을 기다리며, 동시에 애인과의 ‘프렌치 키스’도 벼르면서 듣는 샹송.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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