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 염갈량 솔직고백, 62.2%를 위한 뛰는 야구? 진짜 노림수는 ‘이것’이었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LG가 성공으로 가는 첫 번째 방법이라고 봤다.”
LG 트윈스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여년간 중위권과 바닥을 오가며 헤맸다. 그러다 2013년 포스트시즌 진출로 분위기를 바꿨고, 본격적으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결국 201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LG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기간 LG가 프런트, 선수단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한다. 실제 LG는 하나, 둘씩 강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고, 일부 실현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무대는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팀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력이었지만, 막상 최강전력은 아니었다. 늘 플레이오프 혹은 준플레이오프서 패퇴했다.
결국 LG는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해 염경엽 감독을 영입했다. 2011시즌을 마치고 한번 팀을 떠난 인사를 우승을 위해 다시 불렀다. “성공해서 돌아오겠다”라는 당시 염경엽 감독의 말은 그때 절반이 지켜졌다.
그러나 남은 절반의 성공을 위해선 한번 더 틀을 무너뜨려야 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여전히 LG는 확실한 토종에이스 배출이라는 숙원을 해결하지 못했다. 과거의 류현진과 김광현, 양현종, 지금의 안우진 같은 그런 투수다.
하지만, 모든 파트가 완벽히 들어맞는 팀이 얼마나 될까. 염경엽 감독의 초기구상은 실제 거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라면이 ‘맛없는 라면’이 됐지만, 염경엽 감독의 유비무환 정신은 끝내 LG를 최정상으로 이끌었다.
적극적인 뛰는 야구가 대표적이다. LG 타선에 확실한 홈런타자가 안 보이고, 득점력을 높여야 마운드에 부담이 덜 된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이미 10개 구단 최강 마운드를 구축했음에도, 어떻게든 득점력을 높이면 승률이 더 올라가는 법이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는, 준비를 잘 하면 슬럼프가 없는 최강의 카드다.
그러나 올 시즌 LG의 뛰는 야구는 실이 많았다. 단적으로 도루성공률만 봐도 62.2%로 리그 최하위였다. 자신 있는 주루와, 무모한 주루는 한 끗 차이다. 그러자 주위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다. 뛰는 야구가 제대로 안 되면 야구의 흐름이 넘어가고, 지는 방향으로 넘어갈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염경엽 감독의 진짜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13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공식인터뷰서 “내가 쉬면서 공부했던 것 중 하나가 ‘밖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지면 되고, 내가 생각한 야구를 우리 선수들에게 신뢰만 준다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염경엽 감독은 “뛰는 야구가 말 많을 때도 엄청 고민했다. 뛰는 게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건 망설임과 초조함을 없애고 자신 있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게 LG의 성공에 필요한 첫 번째”라고 했다.
LG는 수년간 패배의식이 있었다. 포스트시즌 단골 팀이 된 이후에도 가을야구에선 성공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망설임, 초조함이 없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그걸 없애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 팀 구성에서 뛰는 야구를 통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는 야구를 통해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선수들과 함께 꾸준히 노력했고, 지금의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라고 했다.
사실 뛰는 야구의 결과물은 성공 아니면 실패다. 그런데 이건 경험을 통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당장 시즌 초반 이후 오히려 뛰는 야구를 자제했고, 9개 구단에 LG의 뛰는 야구를 의식하게 하고 피곤하게 하고자 하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 내년에 각종 수치들까지 올리면 금상첨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염경엽 감독이 강조한, 망설임 없는 야구다. LG는 29년만의 통합우승을 통해 망설임, 일말의 두려움을 털어냈다. 결국 진짜 노림수는 적중했다. LG는 더 무서워질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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