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인공지능은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미래.” 창작자인 나는 상상한다. 창작자의 상상이 사실이 될까? 사업가인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상상도 사업성이 없으면 현실이 되지 못해.” 이렇게 두 사람의 나는 대화를 시작한다.
얼마 전 오픈AI의 발표회가 있었다(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인 인공지능 회사다). 아이를 재우느라 우리 시간으로 한밤중에 하는 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새벽 시간에도 여러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행사였다.
그 며칠 후 이재민 평론가와 만났다. 그 역시 평론가와 사업가 두 사람으로 나뉜 듯했다. 우리 둘, 아니 네 사람은 만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사업 모델. 창작자가 반길 재미있는 일이라도, 서비스가 나오려면 사업가가 사업 모델을 예쁜 모양으로 잡아줘야 한다. 자본주의의 번거로운 규칙이랄까.
첫째, 인공지능끼리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라고 창작을 맡길 수 있다. 여러 인공지능에게 배역을 맡기고 알아서 이야기를 전개하게 놓아둔다. 게임에도 스토리 창작에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 있다. 다만 인공지능을 여럿 돌리려면 비용이 든다. 마땅한 사업 모델은 아니다.
둘째, 그림을 자동 완성해 주는 인공지능도 가능하다. 우리는 문자의 자동 완성 기능에 익숙하다.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선을 그리고 칠을 할 때마다 인공지능이 미리 짐작해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미 실현된 기술이지만, 창작자 개인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 만만치 않을 터이다.
셋째, 동영상을 완성해주는 인공지능은 어떨까? 사진이나 그림을 몇 장 넣고 목소리를 녹음하면, 숏폼 형태의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기술 말이다. 가격만 괜찮다면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을까? 개발사에 적당한 수익이 남을지는 모르겠다. 사업성은 검토해봐야 할 일이다.
넷째, 돈이 될 사업은 ‘예측 기계’다. 웹소설이나 웹툰 처음 몇 회분을 기계에 넣으면 작품의 최종 성적을 예측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몇 회 정도 연재했을 때 수익성이 가장 높을지, 전체 매출이 얼마일지, 드라마화나 영화화나 게임화 중 어떤 사업이 가장 효과가 있을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작품의 처음 몇 회를 구해 기계 학습 시키면 된다.
다만 작품 원고를 구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 웹소설 텍스트와 웹툰 만화 원고를 구해 기계학습을 시켜야 하는데, 작가가 선뜻 동의해줄지? 예측 기계는 플랫폼에는 이익이지만 작가에게는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누가 이미 ‘어둠의 경로’로 창작물을 긁어다 어둠의 예측 기계를 돌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양지의 사업이 되기는 어려울 터이다.
창작의 미래에 닥쳐올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을 한다. 또 다른 나와 대화를 나누며. 창작자가 사업가이기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지 이미 오래인 것 같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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