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사람 잘못 골랐다”... 윤청자·이래진의 복수도 계속된다 [만물상]
‘6·25 납북피해자 명예회복법’이 2010년 국회를 통과한 것은 135㎝ 키의 척추장애인 이미일씨 덕분이었다. 두 살 때 아버지가 납북된 그는 허약한 몸으로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총 2346쪽의 납북 사료집을 만들어 호소했다. 당시 그를 만났을 때 “북한의 납북 범죄를 국제사회에 제기해서 ‘북한은 범죄자’라고 압박해야 한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아 있다.
▶15일은 일본 중학생 요코다 메구미가 하굣길에 북한으로 끌려간 지 46년이 된 날이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이날 다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납북된 날에 맞춰 일본 총리가 사과할 정도로 메구미는 납치 피해자의 상징이 됐다. 그 배경엔 끌려갈 때 손톱 밑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선실 벽을 긁어가며 울부짖은 딸을 하루도 잊지 않고 북한 정권을 규탄해 온 부모가 있다. 2020년 메구미 아버지가 사망하고 나서는 쌍둥이 남동생이 어머니를 도와 구출 활동에 진력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는 천안함 좌초설이 제기될 때마다 온몸을 떤다. 2020년 현충원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달라”고 따진 분이 윤 여사다. 그는 아들의 죽음으로 받은 보상금, 성금을 모아 약 1억원을 해군에 기부했다. 새롭게 진수된 천안함에 그 돈으로 구입한 기관총이 달렸다. ‘3·26 기관총’으로 불린다. 폭침일을 뜻한다.
▶15살 때인 1967년 아버지가 납북된 최성용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도 끈질기게 북한의 만행을 폭로해 왔다. 그는 “납북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북한에 맞서 이재근씨를 비롯한 납북자, 탈북자들을 구출해 왔다. 요코다 메구미가 한국인 납북자와 결혼해 딸을 낳은 사실을 파악, 북한을 궁지에 몬 것도 그였다. 서해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후 소각된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도 투사로 변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220만 달러를 회수했다고 한다. 미 재무부가 북에 협력한 러시아 극동은행 자금을 동결하자, 소송을 제기해 받아낸 것으로 김정은에게 또 한 번의 타격을 가했다. 지금 북한의 재외공관들은 운영 자금이 없어서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다. 웜비어 부모는 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이 더 이상 호스텔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정은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 죽을 때까지 악랄한 정권과 싸우겠다”고 했던 결의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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