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체불임금 대신 줄테니 고소 취하하라' 피해자 두 번 울린 노동부
[뉴스데스크]
◀ 앵커 ▶
청년 수십 명에게 몇 달 치 월급을 주지 않고 폐업을 해버린 한 공유 주방 업체의 이야기를 며칠 전에 전해 드렸는데요.
그런데, 피해자 서른 명 가운데 무려 스물다섯 명이 사업주를 형사 고소했다가 취하를 했습니다.
떼인 돈을 아직 돌려받지도 못했는데 무슨 이유로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한 건지, 차주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배달형 공유주방 업체인 키친엑스.
7명이 떼인 월급만 1억 1,200만원, 전체 체불 금액은 수억 원이 넘습니다.
급기야 회사 대표는 '나라에서 돈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진정훈/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나라에서 주는 돈을 먼저 받아라. 그 뒤로부터 연락이 안 되는 거죠."
'나랏돈'
사업주 대신 국가가 체불임금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2,200만 원이 떼인 진정훈 씨는 대지급금 1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이지만, 1,200만 원, 아직 받을 돈이 남았습니다.
7천만 원을 떼인 임원도, 2천5백만 원이 체불된 직원도, 나랏돈 1천만 원만 받고 형사고소를 취하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담당자 (음성변조)] "민원인 의사에 따라서 행정 종결된 건들이고요." (사건 종결을 요청했다고요? 피해자 분들이?) "예."
정말 피해자들 요청으로 사건이 종결된 걸까.
[진정훈/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형사고소를 취하해야지 돈을 받을 수 있다."
[김영훈/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고용노동부에서 '고소를 취하해라'라고 말을 하셔서..."
근로감독관이 고소취하서에 쓸 문구까지 불러줬다고 합니다.
[임화영/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맞아요. 네, 불러주셨어요. 어떻게 적어야 되는지..."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형사고소를 취하해야 한다'는 규정은, 임금채권보장법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지금금을 받은 뒤에도, 형사처벌로 사업주를 계속 압박할 수 있는 겁니다.
[임화영/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처벌을 원하면서 동시에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동시에 할 수 없냐'고 여쭤봤더니, '그러면 무기한으로 언제 돈이 들어오고 할 지 모르는 거다.'"
결국 사업주를 고소했던 30명 가운데 25명이 형사처벌을 포기했습니다.
[김영훈/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형사처벌 원치 않으셨어요?) 아니요. 너무 원했는데. 제가 한번 되물어봤어요, 근로감독관님께. 대지급금을 받으려면 이 사람이 형사처벌을 못 받냐. 못 받는다고 하셔서."
관할노동청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관할노동청 담당과장 (음성변조)] "잘못 안내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감독 경력이 있는 사람이 그럴 리는 없다는 거죠."
고용노동부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고용노동부 담당과장 (음성변조)] "그거는 말이 안 되고, 그런 사례가 있으면 그거는 징계감이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런데, MBC가 연락처를 입수한 피해자 14명은 모두 같은 말을 듣고 취하서를 냈다고 합니다.
[김기범/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저는 원래 법이 그런 줄 알았어요. 대지급금 받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같은 소리를 들어서 그냥 그게 법이구나."
임금체불 사업주의 형사처벌에는 노동부의 강제수사가 필수입니다.
잠적한 사업주를 찾아내 소환하고, 은닉한 재산은 없는지, 유령법인은 또 없는지, 조사할 게 많습니다.
[이정식/고용노동부 장관 (지난 5월 3일, 상습체불 근절대책 발표)]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구속수사, 체포영장 신청 등 적극적인 강제수사로 체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습니다."
구속수사, 체포영장 같은 복잡한 절차없이, 피해자가 고소만 취하하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됩니다.
[임화영/키친엑스 임금체불 피해자] "대지급금을 나라에서 주는 거지, 그 대표가 저한테 돈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형사를 취하하라는 거는 그 대표한테 유리한 조건인데, 그걸 나라에서 저한테 요구를 한다는 게 이해가 많이 안 됐어요."
고용노동부가 키친엑스를 대신해 지급한 체불임금은 2억 1,500만 원.
사업주에게 다시 돌려받은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청년들 월급에 이어, 이제 나랏돈까지 떼일 처지입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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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류다예
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43884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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