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출신 프로당구 퀸 “상금으로 아빠 선물 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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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당구장 아르바이트는 편하다'고 해서 출근한 게 시작이었죠."
NH농협카드 여자프로당구(LPBA) 챔피언십(총상금 9160만원) 우승자 최혜미(29·웰컴저축은행·사진)를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월드당구장에서 만났다.
이때 열린 LPBA 오픈챌린지에 참여한 최혜미는 최보람(38)에 이어 에버리지 2위를 기록하며 프로에 입문하게 됐다.
최혜미를 탐내고 있던 웰컴저축은행은 최혜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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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서 알바하다 큐 잡아
한때 부진 탓 소속팀 방출도
웰컴저축은행 전폭 지원받아
마침내 진가… “실감은 아직”
최혜미는 일을 핑계로 당구장에서 12시간씩 지냈다. “재밌었어요. 누우면 천장에서 당구공이 왔다 갔다 했어요. 사장님보다 먼저 출근했고, 더 늦게 퇴근했어요. 그렇게 당구를 치다가 동호회 활동도 시작하게 됐죠.”
몸 풀때도 집중 최혜미가 지난 14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월드당구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최혜미는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왕좌에 올라 최초의 동호인 출신, 왼손잡이 LPBA 우승자가 됐다. 고양=이제원 선임기자 |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당연한 결과였어요. 너무 못 쳤어요. 미련도 없이 떠나려고 했어요. 이제 뭐 하고 사나 걱정을 하면서 시급이 가장 높은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찾아보고 있었어요.”
이런 최혜미에게 손을 내민 건 웰컴저축은행이었다. 최혜미를 탐내고 있던 웰컴저축은행은 최혜미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연락을 받고 너무 기뻤죠. 정말 낯설 정도로 편안하게 챙겨 주셨어요. 레슨은 물론 심리 코치님도 붙여 주신 건 기본이에요. 손종주 회장님까지 종종 경기장에 나와서 응원해 주시니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몰라요.”
결국 최혜미는 진가를 드러냈다.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상금 3000만원을 따냈다. 동호회 출신의 첫 우승자인 데다가 방출 직후 이뤄낸 성과다. 여기에 프로당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왼손잡이가 정상을 차지하는 기록도 만들어냈다.
“우승 실감이 잘 안 나요. 아직 상금이 안 들어와서 그런가 봐요. 제가 사실 아버지와 10년 정도 연락을 못 하고 지냈거든요. 결승전 때 아버지가 조용히 응원한다는 조건으로 경기장에 오셨는데 1세트부터 너무 큰 소리를 내셨어요. 1세트 지고 결국 아버지에게 짜증을 냈는데 그게 죄송하더라고요. 상금이 들어오면 아버지 가방을 사드리기로 했어요. 아버지는 배드민턴 가방을 원하시는데 전 일상생활할 때 쓰실 수 있는 가방을 고를 거예요.”
PBA에 따르면 우승상금은 대회 후 2주 뒤에 입금된다. 늦어도 다음 주에 부녀의 행복한 쇼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양=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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