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의장 후보 “몰라서 죄송” 고구마 답변 연발···야 “자격 없다” 청문회 퇴장
부실한 인사 검증·후보자 답변 태도 등도 문제 삼아
더불어민주당이 근무 시간 주식투자, 자녀 학폭 등이 밝혀진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인사청문회 도중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없이 청문회를 마쳐야 했던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직무 적합성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태도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15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질문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의혹만 커지고 국민적 그런 것들이(의심이) 증폭되고 있다”면서 “제복 입은 우리 후보자 너무나 실망스럽고 우리도 참 무거운 마음이다. 더 이상 청문회 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 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 전원이 회의장을 떠났다.
앞서 청문회 질의는 북한 군사 도발이 일어난 날 김 후보자가 주식을 거래하고 골프를 친 사실에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1월부터 2년간 근무시간에 십수차례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식·상장지수펀드(ETF)를 거래했고 특히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1월17일 오전에도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국방부 사무실에서 거래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정도로 끝낼 사안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떻게 이렇게 계속 진급해서 올라왔나.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인사 참사”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주식은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업무의 집중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지난해 3월5일 군 내 골프장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평일 일과 시간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합참의장으로서는 국가 안보를 위한 애국심과 군인 정신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저도 군 생활을 했지만 골프 문제는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고 김 후보자는 “합참의장이 되면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했다.
자녀가 11년 전 학교폭력에 가담해 징계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한 부실 검증 논란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에 자녀의 학폭 전력이 없다고 답했다가 의원실의 검증 과정에서 학폭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먼저 관련 학생과 학부모님께 깊이 사죄드린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수차례 있었으나 당시에 이를 인지하지 못해 없는 것으로 답변했다. 모든 것은 저의 불찰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검증 부실 문제도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지난 6월 해군본부를 통해 법무부에 공직예비후보자 자격검증 질문서를 제출했고 지난 9월께 법무부가 전화로 추가 검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중장이었던 김 후보자의 대장 진급 가능성에 대비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경악스럽다. 합참의장으로서 새로운 검증이 없었던 것”이라며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벽하게 무력화된 징표를 이번 청문회에서 보고 있다.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 (김 후보자) 본인도 이 책임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김병주 의원이 주식 직접투자 기간을 묻자 “2021년 5월3일 시작했고 최근 마지막 거래는 2023년 5월”이라고 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9월까지도 주식 거래를 했다. 김 후보자는 “정정하겠다. 제대로 파악 못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장을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합참의장은 전략적인 판단의 판을 짜고 전술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여러 자질이 미비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도 “(합참의장이라는 직책이)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청문 과정에서 국민적 의혹과 쟁점에 대해 단 하나도 해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이 퇴장한 청문회장에서 “갑자기 파행을 선언한 것은 야당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퇴장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국방위원장인 한기호 의원도 “(청문회) 종결 직전에 민주당 전원이 이석하는 것은 정말 개탄스럽다”며 “제복 입은 사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우리 국회 문화에 대단히 좋지 않은 모습이다. 합참의장 청문회 중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는 “합참의장 후보자로서 부족한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제가 합참의장으로서 국가와 군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주신다면 존경하는 위원님들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보완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승으로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부적격을 선언함에 따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주 의원은 “청문회가 제대로 끝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청문회 결과보고서 채택도 어려울 것”이라며 “자진 사퇴를 하지 않거나 지명 철회를 하지 않으면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 청문보고서를 송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이때도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김승겸 현 합참의장은 여야 갈등으로 청문회가 열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문기의 추석 선물’ ‘딸에게 보낸 동영상’···이재명 ‘선거법 위반’ 판결문
- 조국 “민주주의 논쟁에 허위 있을 수도···정치생명 끊을 일인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사설] 이재명 선거법 1심 ‘당선 무효형’, 현실이 된 야당의 사법리스크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드라마인가, 공연인가…안방의 눈과 귀 사로잡은 ‘정년이’
- 중학생 시절 축구부 후배 다치게 했다가···성인 돼 형사처벌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