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장 갑질' 폭로한 경찰 오히려 징계 위기, 왜
서울 성동서 박인아 경위, 감찰 받아
복장 불량·부적절 언행 등 근태 비위
박 경위 "한쪽 말만 듣고 내린 결론"
접대 강요 등 파출소장의 '갑질'을 폭로한 여성 경찰관이 복장 불량 등을 이유로 징계 위기에 처했다.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성 징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형사 점퍼' 입었다고 '복장 불량'
서울 성동경찰서 소속 박인아 경위는 지난 10일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사복 착용 등 7가지 비위 사실이 인정된다며 경찰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는 감찰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15일 밝혔다.
감찰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서울청은 박 경위의 △사복 착용 △유연 근무 출퇴근 미등록 △출장비 부당수령 △부적절 언행 △정당한 지시 불이행 △근무시간 공부 △관리팀 업무 소홀 등 7가지가 비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박 경위가 겨울에 근무복이 아닌 '형사 점퍼'를 입은 데 대해 복장 불량으로 인정했다. 박 경위가 순찰 업무를 하는 파출소 안전지킴이에 무단결근 등을 지적한 것은 '부적절 언행'으로 인정됐다. 동료의 코로나19 병가를 대신 내주지 않은 것도 '정당한 지시 불이행'한 징계 사유에 해당됐다.
해당 비위는 파출소장 A씨가 박 경위를 대상으로 지난 6월 진정을 제기했다 취하한 내용이다. 박 경위는 지난 5월 성동경찰서 금호파출소장이었던 A씨의 갑질을 폭로하고,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당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박 경위에게 "회장님이 승진시켜 준대. 빨리 오라"며 지역 유지와의 식사 자리에 강제로 불렀다. 또 근무시간에 실내 암벽 등반장에 동행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박 경위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자, A씨는 불법으로 사무실 내 폐쇄회로(CC)TV를 열람한 후 박 경위의 근무태도를 문제 삼는 진정을 6월 역으로 냈다. 박 경위가 무고 혐의로 고소하자, A씨는 '선처를 바란다'며 7월 진정을 취하했다. 하지만 서울청은 이미 인지한 사건이라며 박 경위에 대한 감찰을 계속해왔다.
"소명도 없이 한쪽 얘기만 듣고 비위 결론"
통지서에는 이를 비위로 인정한 근거는 대부분 '민원인·동료들의 진술 확인'이라고 명시돼 있다. 박 경위는 이에 대해 "파출소장 등 민원인의 말만 듣고 사건 일시나 장소, 증거도 없이 비위로 인정했다”며 “예컨대 ‘정당한 지시 불이행’이면 언제 어디서 어떤 지시가 있었고 그 지시가 정당한지부터 규명돼야 하는데 한쪽 얘기만 듣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7가지 비위 중 단 한 가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한테 지시했다고 하는데 전혀 들은 적도 없는 사안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서울청은 박 경위의 소명조차 듣지 않았다. 박 경위는 지난달 30일 A4용지 30장 분량의 질문 110개에 대해 이달 2일까지 소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소명 기간이 짧아 박 경위는 진단서 등을 제출해 이달 15일까지 소명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박 경위가 소명을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서울청이 10일 감찰 결과를 통지하면서 당사자 소명 절차도 없이 감찰을 마무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서울청 관계자는 "2일까지 내기로 박 경위와 협의했지만, 내지 않아서 감찰 기간 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결론을 내렸다"며 "소명 기한을 연장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보복성 징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은 “박 경위가 서울청의 파출소장 감찰 조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경찰청에 진정을 냈는데, 그에 대한 보복 감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내부에서도 '비위로 인정한 것들이 정말 쪼잔한 것을 뒤진 것 뿐'이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청은 지난 7일 갑질 당사자인 A씨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그러나 징계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청 관계자는 “규정(공무원징계령)상 징계 결과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민관기 회장은 “경징계가 나왔을 것”이라며 “징계위에 앞서 열린 징계심의위원회에서 '지역 유지의 성추행 사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파출소장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심의위원 13명 중 7명이 경징계, 6명이 중징계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2617370000083)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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