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플라스틱에 새 생명 준다...SK지오센트릭, 세계 첫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짓는다
침체된 화학산업 부활하는 신호탄 기대↑
"글로벌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할 것"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회사는 15일 세계 최초로 재활용이 어려웠던 폐플라스틱(오물이 묻거나 심하게 훼손된 제품)을 다시 쓸 수 있게 탈바꿈하는 복합 공장 구축에 나섰다.
SK지오센트릭은 이날 울산시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21만5,000㎡ 부지에 플라스틱 재활용 복합 공장인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짓는 기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국제 규격 축구장 약 22개 넓이 크기의 이번 공사엔 총 1조8,000억 원이 들어간다. 완공 목표 시점은 2025년 말이다.
세계 최초 3대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공정 모두 도입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70%에 달하지만 이는 대부분 소각 과정에서 열에너지로 회수한 것일 뿐 실제 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비율은 18%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마저도 단순히 자르고 녹이는 기계적 재활용이고 가능한 횟수도 적었다.
이 회사는 2년 전인 2021년 라면봉지, 페트병, 헌 옷, 헌 운동화, 폐가전 제품 등 태우거나 땅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쓰레기에 주목했다. 50년 동안 쏠쏠하게 수익을 올렸던 SK 나프타 분해(NCC) 공정 가동을 멈추고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던 시기였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플라스틱 원료를 만들어 온 기업으로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시 원료로 쓸 수 있게 고기능·고부가가치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사업 혁신의 방향이었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캐나다 루프(Loop) 인더스트리, 미국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PCT), 영국 플라스틱에너지(PE) 등 글로벌 파트너 3개사와 협력해 울산 ARC를 세우고 플라스틱 재활용 신사업에 진출하는 데 뜻을 모았다. ①재활용이 어려운 비닐과 같은 플라스틱을 300~800도로 고온 가열해 인공 원유를 만드는 열분해②높은 온도에서 강한 압력을 가한 뒤 오염 물질을 없애 순수한 폴리프로필렌(PP)만 빼내는 고순도 PP 추출③색깔 있는 페트(PET)병 등 플라스틱을 이루는 큰 분자 덩어리를 해체시켜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 물질로 되돌리는 해중합1 등 세 가지 재활용 기술 구현이 모두 가능한 재활용 단지는 울산 ARC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연간 32만 톤 규모 폐플라스틱 처리…"화학산업 전화위복 기회"
예정대로 공장이 돌아가면 해마다 울산 ARC에서 폐플라스틱 32만 톤(t)이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 SK지오센트릭의 설명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반드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해외 기업들이 공장을 다 짓지도 않았는데 이미 앞다퉈 '선주문' 계약에 나섰다. 나 사장은 "생산될 물량의 약 30% 수준은 선주문 됐다"며 "유럽, 중국, 아시아 등 다른 해외 국가에서도 공장을 짓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시장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PwC)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454억 달러(약 5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는 등 공급보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열분해유를 석유 정제 공정에 원료로 투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규제 개선을 위해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나 사장은 "순환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화학 산업의 르네상스를 목표로 위기를 맞은 업계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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