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런던·파리서도 카카오T 되나…유럽 1위 택시앱 인수한다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2023. 11. 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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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83% 플랫폼 ‘프리나우’
수천억원대 인수 막판 조율중
성사땐 유럽 IT기업 최대 M&A
카카오T 택시. [이충우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유럽 1위 택시 플랫폼인 ‘프리나우’ 인수를 추진하게 된 것은 세계 3대 시장인 유럽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이를 교두보로 삼아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09년 독일에서 설립된 프리나우는 그간 영국,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에서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모빌리티 분야 ‘슈퍼 앱’으로 성장했다.

유럽시장은 한국 못지 않게 촘촘한 규제로 모빌리티 시장의 디지털화가 더딘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리나우는 이런 장벽을 적극적인 M&A를 통해서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써왔다. 그 결과 현재 유럽 전역 택시 호출 시장에서 83%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유럽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프리나우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하게 되면 ‘팬유라시아’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이 마련된다.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이번 인수전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경우 한국기업의 유럽 IT 기업 인수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의 모태인 ‘마이택시’(MyTaxi)는 우버, 볼트(옛 택시파이)의 등장에 맞서 택시업계가 생존을 위해 탄생시켰다. 우버는 개인들이 본인 차량을 갖고 서비스를 하는 이른바 PHV (Private Hire Vehicle) 방식의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이에 맞서 마이택시는 기존 택시업계가 택시를 보다 편하게 호출할 수 있는 이른바 TH(Taxi Hailing)서비스로 시작했다. TH는 한국에서 카카오 앱으로 일반 택시를 호출하는 것과 유사한 개념이다.

우버의 도약에 위협을 느낀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2014년 마이택시를 인수했다. 이후 BMW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그룹 합작 기업이 이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며 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이 주요 주주가 됐다. 차량 생산 기업이 ‘프리나우’를 운영하다보니 모빌리티기업의 DNA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따라 이들은 프리나우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그룹이 자금난으로 이 회사를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본연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해왔다. 이 때문에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에 뛰어든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유럽시장에서 PHV(승차공유)에 주력하고 있는 우버, 볼트와 달리 프리나우는 지역 내 택시조합 등과 긍정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한 플랫폼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궤적과 비슷해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시 시너지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럽 시장 진출시에는 원활한 택시 기사 공급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프리나우는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영국 모빌리티 플랫폼 ‘스플리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스플리트는 우버, 그랩, 트립닷컴, 부킹홀딩스, 위챗, 알리페이 등 모빌리티·여행·결제 분야 슈퍼 앱 사용자들을 이용해주는 글로벌 중개 플랫폼이다. 스플리트는 전 세계 슈퍼 앱과의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통해 아시아·북미·중동·유럽 대륙 내 150여 개 국가에서 20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연결하고 있다.

연 2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인 유럽 관광객들도 카카오앱으로 편하게 유럽에서 택시를 부를 수 있다. 휴대폰을 로밍하듯이 모빌리티 서비스로 로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스플리트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하기 전부터 32개국에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스플리트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리나우까지 손에 넣게 되면 전세계 사용자들이 본인들이 익숙한 서비스 업체를 그대로 쓰면서 유럽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나우는 택시호출 서비스에서 시작해서 마이크로모빌리티(바이크, 렌터카, 스쿠터 등)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대중교통까지 연계한 서비스를 추가했다. 모빌리티 업계의 화두인 이른바 ‘라스트 마일’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번 인수는 최근 국내 택시 수수료 논란과 무관하게 수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경영진간 심도 있는 대화가 수개월간 진행됐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버를 제외하고 수익성이 우수한 몇 안되는 모빌리티 기업이며 이 부분을 매각자 측에서 높게 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식교환보다는 현금을 최대한 활용해 인수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도 매각자 측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유럽에서 특별한 사업이 없었기 때문에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 TPG, 칼라일도 이번 인수전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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