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 사과 방송에 기자들 "불공정 기준은 무엇인가" 분노 폭발
뉴스9 "보도 불공정 사과"에 38기 기자들 비판성명
"새 수뇌부, 구성원에 납득할 만한 이유 제시해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KBS 메인뉴스 '뉴스9'이 지난 14일 자사 보도가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사과 방송을 한 데 대해 KBS 기자들은 “어떤 부분이 정파적이었고 그 근거는 무엇이냐”며 새 경영진에 설명을 요구했다.
2011년 입사한 KBS 38기 기자 14명은 15일 오후 성명을 내어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라면, 새로운 수뇌부가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연 어떤 부분이 정파적이었고 그 근거는 무엇이며 판단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또 그 판단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장범 앵커 “정치적 중립 의심되는 보도 나오지 않도록 약속”
KBS 뉴스9은 지난 14일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사과 방송을 냈다. 이날 오전 문화일보 출신 박민 KBS 사장은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후원금 사기 혐의를 받고 도피한 윤지오씨 뉴스9 출연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 관련 보도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 사례로 꼽고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로 뉴스9 진행을 맡은 박장범 앵커도 이날 방송에 해당 보도를 열거한 뒤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고 사실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시청자들께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비판 성명을 낸 38기 기자들은 “사장 교체 이후 새로 임명된 뉴스9 박장범 앵커는 그제(13일) '정파성 논란을 극복하겠다'고 했고 어제(14일)는 '사실 확인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점 시청자 여러분들께 약속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자사 보도를 불공정했다고 스스로 선언할 정도라면 최소한 불공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그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성명을 보면, KBS 기자들은 뉴스9 방송 전 △해당 기사에 오류나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 절차가 일체 없었던 점 △앵커 리포트 진행 시 작성한 기자들에게 아무런 반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 △불공정 보도라는 단정의 근거와 기준을 알 수 없다는 점 등 우려를 기자협회를 통해 사측에 전달했지만 대국민 사과 방송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진행됐다.
38기 기자들 “무엇이 정파적이었고 근거는 무엇인가” 항변
38기 기자들은 “지난 수년간의 KBS 보도가 완벽했다거나 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 뼈아프게 느껴질 만한 오보가 있었고, 작지 않은 실수도 있었다. 완전무결한 보도를 지향하지만, 저널리즘 본질상 오보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하지만 수뇌부가 제기하는 정파성이나 불공정성은 전혀 다른 층위의 문제다. 이는 기자가 사실이 아님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특정 세력에 도움을 줄 의도를 갖고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38기 기자들은 이어 “어제 뉴스9 앵커멘트는, 해당 보도에 관여된 기자와 데스크, 더 나아가 KBS 기자들이 그동안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보도를 해왔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느껴진다”면서 “과연 어떤 부분이 정파적이었고 그 근거는 무엇이며 판단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다. 또한 그 판단 기준은 누가 어떻게 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라면, 새로운 수뇌부가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더 나은 KBS 뉴스를 위해서라면, 더 나은 대안과 방식을 제시해 달라. 그게 우리들이 원하는 전부”라고 했다.
박장범 앵커는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왜 당사자들 반론을 듣지 않았느냐', '원고를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 다른 간부가 작성했다는 주장은 맞는 얘기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밝히겠다). 앵커가 누가 써준 것을 (갖고)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박 앵커는 “앵커가 된 지 얼마 안돼 내일까지 계속 촬영 일정이 있으니 며칠 지난 뒤 인터뷰나 필요한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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