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안 바뀌면 미래 없다…`ESG·DX 양손잡이 기업`이 세계 이끌 것"

안경애 2023. 11. 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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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DX 변곡점 선 산업현장' 지상좌담
- 김기수 포스코 부사장
美 SEC스코프3, 중소기업엔 부담
기술확보 어려워 정부투자 절실
- 김종훈 산업기술진흥협회 원장
거버넌스 구축·정책 마련 시급
데이터 가공 등 협력 지원책 필요
-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
데이터 정량화·지표 표준화 관건
시스템 구축·연구 통해 관리해야
- 양현모 전략컨설팅집현 대표
정부, 투자·제도적 지원 속도 내야
기업들 협업해야 가치 실현 가능
- 채대석 LS일렉트릭 상무
공시 기준·기반 시설 부족
불리한 산업구조 개선해야
채대석 LS일렉트릭 비전전략실장(상무)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풍력·서비스설계 담당)
김기수 포스코 기술연구원 공정연구소장(부사장)
양현모 전략컨설팅집현 대표
김종훈 산업기술진흥협회 산업기술혁신연구원장

산업현장에서는 ESG가 잠시의 유행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이란 인식이 확고하다. 채대석 LS일렉트릭 비전전략실장(상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작년 세계 석탄 소비량이 9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독일 등 EU 주요 국가들이 석탄발전 재개 계획을 밝히면서, ESG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됐다"면서도 "산업계 전반에는 ESG가 시대적 흐름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채 실장은 "과거 기업의 경영 리스크는 주로 경제성장과 환율, 금리 등 금융 관련 분야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 환경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다양한 채널로 기업의 수익창출, 규제비용, 생산성 등에 영향을 줘 기업가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주요 국가들의 ESG 공시 의무화 및 표준화와 같은 정부 규제가 확대되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TCFD(기후변화 재무공개 협의체) 참여 기업도 늘면서 ESG 이니셔티브는 꾸준히 강화되고 있다.

◇"ESG, 유행 아닌 시대적 흐름"

신동규 두산에너빌리티 상무(풍력·서비스설계 담당)는 "특히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해 기업의 관심이 뜨겁다"면서 "대기업들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회사, 법인 등의 영향을 예상하고 컨설팅, 내부 TF(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기존 공시 데이터의 정합성 확보와 그린워싱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국내에서 활용하지 않는 지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김기수 포스코 부사장(기술연구원 공정연구소장)은 "오래 전부터 ESG를 준비해온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미 SEC(증권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공시 표준안의 '스코프3'는 대기업의 협력업체까지 제조공정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맞추려면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해 중소기업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대석 실장은 "일부 기업은 ESG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삼지만 아직 상당수 기업은 ESG 공시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하다. 명확한 ESG 공시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없고, 공시 관련 인력과 기반시설이 부족한 데다 공시에 불리한 산업구조도 어려움을 더한다"고 짚었다.

◇"ESG 공시안 개발 시 기업과 충분히 논의해야"

ESG 공시 의무화는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과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등에서 추진 중이며, 국내에서는 IFRS 재단 산하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최종안을 적용해 KSSB(국내 공시 기준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 지연과 국내 기업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내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양현모 전략컨설팅집현 대표는 "아직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준비가 공공·민간 모두 취약해 보인다"면서 "이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공시 의무화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 대응을 위한 로드맵 준비가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SG 공시 적용 연기 발표도 후속 대안이 신속히 제시돼야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 신뢰가 확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 대표는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제도인 만큼, 금융위의 논의 과정이 충분히 개방적이어야 한다. 또 다양한 의견수렴과 토론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책이 마련되고 발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국내 ESG 공시 기준은 2024년 1분기에 구체화될 예정인데, 공시안 개발 과정에 실제 공시 주체인 기업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SG의 핵심은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

현장 전문가들은 ESG와 DX(디지털전환)가 각각 중요한 화두이면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연계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채대석 실장은 "ESG 경영과 DX는 최근 기업이 직면한 메가 트렌드"라며 "두 분야 모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데 비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잘 결합하면 두 분야의 빠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작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ESG 경영과 디지털 요소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기술 기반 ESG 솔루션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송배전 통합 광역감시 진단시스템'은 ESG 경영의 핵심인 안전 관련 솔루션으로, 전력설비 운전 중 발생하는 부품 결함, 자연 열화에 의한 고장 요소를 사전에 감시·진단해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탄소절감과 그린 에너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SCADA(원격제어·모니터링 시스템)에 AI(인공지능) 기반 전력요금 최적화 솔루션을 도입했다. 기존 SCADA 시스템에 AI 기능을 추가해 전력 데이터를 학습, 예측, 최적화, 자동화함으로써 고객은 전력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AI, 디지털 트윈, 로봇 등 최신 기술을 동원해서 ESG에 대응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DX는 ESG 경영의 핵심요소"라면서 "DX를 통해 경영에 중요한 정보와 데이터, 의사결정 방식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고,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낭비되는 에너지와 탄소발생량을 줄이는 한편 작업자의 안전 확보 방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저탄소 친환경 스마트 제철소를 조기에 구현하는 게 목표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디지털 트윈 개발, 로봇 솔루션 적용, 고객응대 마케팅 플랫폼 개발 등에 박차를 하고 있다. 특히 작업자와 AI가 협업하는 '앙상블(Ensemble)' 제어 솔루션을 개발해 조업의 안정성과 성과를 꾀한다. 가상의 공간에 실제 공장과 똑같은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핵심 데이터를 얻는 디지털 트윈도 개발 중이다. 포항 2열연, 광양 2제강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 가상의 공간에서 시행착오 없이 최적화된 공정조건을 도출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는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전체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도 양을 예측하는 탄소발자국 시스템을 구축 중으로, 이를 활용해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한 최적화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량화 힘든 ESG 데이터 정량화가 가장 큰 어려움"

기업들이 특히 신경쓰는 게 그린워싱 문제를 막는 데이터 확보다. 신동규 상무는 "ESG 공시 대응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정량화가 쉽지 않은 ESG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작업"이라며 "그동안 수기로 관리하던 데이터의 정합성과 시의성 확보뿐 아니라 국가, 지역, 문화에 따라 다르게 측정돼 온 지표에 대한 표준화가 어렵다"고 밝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탄소배출 관련 데이터의 경우 각종 센서와 정산 시스템과 연계해 CEMS(탄소배출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폐기물, 용수 관리 등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중요 데이터를 관리할 계획이다.

신 상무는 "DX 전략을 통한 R&D와 투자를 통해 솔루션 개발, 장비 도입, 실증 등 현재까지 약 35개 과제를 추진해 완료했다"며 대표적인 개발 솔루션으로 예측진단솔루션 '프리비전', 회전기기 진동진단솔루션, AI 비파괴검사 결함감지 솔루션, 가스터빈 성능진단 솔루션 등을 꼽았다. 이 회사는 원자력 주기기와 가스터빈, 풍력발전기의 수명평가와 운영·유지보수를 위해 물리 해석 기반 디지털 트윈 과제도 진행하고 있다.

◇"E뿐 아니라 S와 G도 디지털 기술의 역할 중요"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은 ESG의 'E'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DX를 통한 에너지 효율화와 탄소배출 관리가 핵심요소라고 강조한다. 기존 에너지 절감과 생산성 향상 차원을 넘어 전체 공장이나 부품·공정별 탄소배출량을 산출하려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센싱, 예측,예지보전 등 기술혁신이 필수라는 것.

양현모 전략컨설팅집현 대표는 "E뿐 아니라 S와 G 측면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주요 영역별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업 데이터를 축적·분석·공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복잡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와 AI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 모니터링, 사고 발생에 대비한 시뮬레이션 예측과 최적의 대응 매뉴얼 제작, 소비자·고객과의 양방향 소통을 위한 지식경영에도 디지털 기술이 필수라는 얘기다. 기업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 주주 및 협력사 등과의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자동화 대체 인력에 대한 신규 업무 교육, 에너지 절감비용의 재투자 등 DX에 따른 후속대책 수립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돈 안 되는 안전·환경 투자 기업엔 부담…기술 확보도 난재

기업들은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인력과 정보 부족, 내부 리더와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 정부의 마중물 투자와 제도적 기반 미비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김종훈 산업기술진흥협회 산업기술혁신연구원장은 "기업 대상 조사 결과 탄소저감 R&D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탄소중립 정책 수립 시 산업계의 기술수요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적극 수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DX 관련해서도 기업들은 산업계 수요를 반영한 정책 수립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김기수 부사장은 "철강업은 특성상 디지털 전환 관련 투자비에 대한 효과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많은 자동화 솔루션이 적용되는 안전, 환경 분야는 재무적 효과와 거리가 있다"면서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트윈 등에는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지만 철강의 경우 고온, 분진, 냉각수 비산 등의 열악한 현장 조건 때문에 데이터의 불완전성과 오류 이슈가 있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일관성 유지를 위한 계측기술과 유지보수 기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철강업계는 대규모 설비와 생산시설, 복잡한 공급망 등으로 인해 DX 투자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소 철강업체는 특히 어려움이 크다.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예측에 필요한 빅데이터, AI 관련 인력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ESG 혼자 못해…대·중소기업 협업체계 만들어야"

양현모 대표는 "ESG 정책에 대한 예산부처 및 담당 부처의 이해와 추진 의지가 시장의 시급성에 비해 부족하다"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려면 정부의 선제적인 마중물 투자와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빈 구멍을 메우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양 대표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업규모와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어 독자적 ESG 전략 실현이 어려운 실정이다. 복잡한 가치사슬이나 협업 네트워크 구조에 속해 있는 개별기업이 ESG 경영을 지향하더라도 이를 독자적으로 실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고 짚었다. 복잡하게 연결된 중소·중견기업들을 묶어 협업체를 구성하고 이해관계자가 동반으로 ESG 경영전략을 추구하도록 지원하자는 의견이다.

양 대표는 "특히 기업이 집적한 산업단지의 협업형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가치사슬 내 기업, 대학, 연구소, 협단체, 지역주민 등이 협력하는 'ESG형 공동혁신 컨소시엄'을 통해 환경·사회 공동가치 주도 성장 모델인 'ESG형 산단'을 지정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기업의 탄소중립과 DX를 지원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과기정통부, 산업부, 환경부, 중기부 등 범부처 차원의 일관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또한 기업 간 가치사슬 속에서 데이터가 공유되고 유동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대·중소기업 간 상생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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