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소정보는 자율주행로봇 성공 열쇠

2023. 11. 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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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넣자 배달원이 건국대 후문에 있는 편의점에서 상품을 받아 들고 배송을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길가에 세워둔 킥보드 등을 피해 약 500m 떨어진 건국대 공학관에 도착한 배달원은 수업이 끝난 학생들을 종횡무진 피해 약 20분 만에 배달을 완료했다.

이 배달원은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배달로봇인 '뉴비'였다. 행정안전부와 LX한국국토정보공사, 건국대 산학협력단, 로봇 운영업체 뉴빌리티 등과 함께 주최한 '주소 기반 자율주행 로봇배송' 시연 행사의 풍경이다. 이처럼 우리가 꿈꾸던 배송로봇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은 고도화된 주소정보 덕분이다.

주소정보는 이제 단순한 위치정보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공간정보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호텔·식당 등 실내나 일부 실증지역을 제외하곤 자율주행로봇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주소가 세분화되고 입체화되면서 실내외 로봇 배송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 산업은 각종 규제 때문에 여전히 발목 잡힌 신세다. 또 30kg 이상 동력장치 출입과 영리 행위를 금지하는 공원녹지법에도 저촉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뉴빌리티를 비롯한 KT, LG전자, 우아한형제들 등 9개 기업은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하고 실증 수준을 넘어 상용화된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10년 전부터 자율주행로봇의 규제를 풀고, 로봇산업을 집중 육성한 미국을 따라잡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국회는'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을 통과시켜 부랴부랴 자율주행 로봇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도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실외 이동로봇의 보도통행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올해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자율주행로봇 배송 서비스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밀한 주소체계가 필요하다. 주소를 이동하는 경로와 접점까지 촘촘하게 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외에선 도로정보(보행로, 보차혼용로, 차량도로, 횡단보도, 자전거전용도로 등)와 접점정보(육교, 횡단보도, 계단, 출입구, 배달점 등)를 구축해야 한다. 실내외 공간을 연결하기 위한 출입구 정보(보조출입구, 주차장입구, 장애인출입구 등)도 구축해야만 실내 공간과 연결하여 자율주행로봇이 이동할 수 있다. 실내에서도 최종 도착지인 방안까지 가려면 이동경로와 엘리베이터, 계단 등 접점정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종 목적지의 주소를 세분화해야 배송장소에서 건물까지, 건물에서 방안까지 배달받는 라스트 마일(last mile·물류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최종단계)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다양한 시범사업 등을 통해 위치와 공간정보를 담은 주소 체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주소정보활용지원센터로 지정된 LX공사는 지적측량과 공간정보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주소정보의 고도화, 주소정보의 활용 활성화, 주소정보산업 창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도로명주소에서 도로의 차도와 인도를 구분한 데이터, 도로에서 건물의 입구까지 경로에 대한 데이터, 근린생활시설 건축물 출입구의 다양한 정보(보행용 출입구, 차량용 출입구, 혼용출입구 등)를 구축하고 있다. 또 2021년 실내 시범사업으로 인천 남동구 남촌농수산물도매시장은 시장 내 경로정보와 651개 점포에 상세주소를 새로이 부여했고, 올해부터 전국 대규모 판매시설(시장) 10개 대상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2020년 대전 카이스트에서 시작된 주소기반 자율주행로봇 실외 시범사업도 건국대를 비롯해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산 에코델타시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로봇배송의 핵심 기술은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하고 주소를 세분화하는 방법으로 로봇이 다니는 길을 데이터화 하는 것이다. 로봇 배송이 궁극적으로 공공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주소정보를 발전시키는 것이 정부와 공공이 할 일이며, 이를 통해 혁신 서비스를 창출해 국민 편익을 높이는 것이 민간의 몫이다. 이달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자율주행 로봇배송 서비스의 출연을 앞둔 만큼 민간과 공공이 합심해 K-로봇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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