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무관 징크스...'2연패' 기세 꺾인 토트넘, 우승 확률은 겨우 '0.2%'
[포포투=김아인]
이번 시즌도 토트넘 훗스퍼의 무관 징크스가 짙어 보인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가 프리미어리그(PL) 팀들의 우승 가능성을 예측했다. 가능성이 높은 1위는 단연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였다. 무려 84.6%라는 압도적인 숫자였다. 맨시티는 현재 9승 1무 2패를 달리며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뒤를 이은 팀은 리버풀과 아스널이었다. 리버풀은 9%, 아스널은 5.9%였다. 두 팀 모두 8승 3무 1패로 2, 3위에 위치해 있다.
토트넘이 4번째로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현재 8승 2무 2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우승 확률은 단 0.2%였다. '옵타'는 5위에 올라 있는 아스톤 빌라 역시 0.2%라고 예상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여름 동안 반등을 목표했다. 2022-23시즌 스코틀랜드에서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한 셀틱의 엔제 포스테코글루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프리시즌 동안 선수단 대거 정리와 보강에 나섰다. 오랫동안 팀에 헌신한 루카스 모우라, 해리 윙크스, 에릭 다이어, 다빈손 산체스, 탕귀 은돔벨레를 전력에서 제외했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마노르 솔로몬, 제임스 메이슨, 미키 반 더 벤 등을 새롭게 품었다.
결과는 확실했다. 주도하는 경기를 운영하며 전술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자신의 기준에 맞게 선발 명단을 꾸렸다. 무패행진을 달리기 시작하자 팬들의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오랜 에이스였던 해리 케인의 공백 여파도 잠잠해졌다. 오랜만에 살아난 공격 축구라는 평을 받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급격하게 흐름이 끊겼다. 시작은 첼시와의 치열한 런던 더비였다. 경기를 앞두고 21세기 들어 토트넘을 가장 화려한 전성기로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 홈 구장을 4년 만에 밟았다. 애제자였던 손흥민과 적으로 만나면서 화제를 불러왔다.
그야말로 역대급 경기였다. 전반 초반부터 토트넘에 엄청난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전반 5분부터 데얀 쿨루셉스키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고 있던 도중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엔조 페르난데스에게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면서 다이렉트 레드카드 퇴장을 받았다. 로메로는 규정에 따라 이후 3경기에서 출전이 불가하다.
10명이 싸우기 시작한 토트넘은 전반이 끝나갈 무렵 미키 반 더 벤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에릭 다이어와 교체됐다. 이어 제임스 매디슨 역시 발목 통증을 호소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대신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첼시의 공세를 잘 버티던 토트넘은 후반 시작 후 데스티니 우도기가 경고 누적으로 또 다시 퇴장당해야 했다.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과 9대 11의 수적 열세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음에도 토트넘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첼시에 밀리지 않고 버텼다. 그러나 니콜라스 잭슨의 해트트릭이 폭발하면서 1-4 완패를 당해야 했다.
11경기 만에 첫 패배였다. 토트넘은 개막 후 11라운드 동안 PL 내 유일한 무패 팀이었다.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던 토트넘의 달라진 모습에 각종 매체들이 토트넘의 순위를 비교적 높게 예측하며 우승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첼시전 대패로 인해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주축 선수들을 잃은 토트넘은 울버햄튼전에서도 충격패를 당했다. 전반 시작 직후 브레넌 존슨이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울버햄튼에 계속해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후반 추가시간 울버햄튼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고, 이어 역전까지 성공하면서 토트넘은 허무하게 1-2로 연패를 당해야 했다.
주전 핵심들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타격이 크다. 특히 부상 당한 미키 반 더 벤과 제임스 매디슨의 존재감은 올 시즌 새로 합류했음에도 토트넘에서 빼놓을 수 없었다. 첫 PL 무대임에도 반 더 벤은 완벽한 수비력으로 토트넘의 후방을 책임졌다. 매디슨 역시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이름난 플레이메이커답게 토트넘의 창의적인 공격을 지휘하는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들의 장기 이탈은 확정적이었다. 당시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나간 반 더 벤은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갈 정도로 혼자서 걷지 못할 상태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알려진 대로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반 더 벤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아마도 새해를 맞이하기까지의 몇 달이 걸릴 거다”고 반 더 벤의 상태를 알렸다.
매디슨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그는 부상 방지차원에서 조기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디슨은 우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부상 다음날 상태가 안 좋았다. 새해가 되어야 돌아올 수 있을 거다”고 장기 이탈을 알렸다.
그야말로 대위기가 찾아왔다. 이반 페리시치, 마노르 솔로몬에 이어 히샬리송도 최근 골반 수술을 받으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A매치 휴식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수술하기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그는 한 달만 있으면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새해에 돌아오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 겨울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AFC) 네이션스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차출해야 한다. 손흥민을 포함해 중앙 미드필더 듀오 이브 비수마와 파페 마타 사르가 해당 기간 자리를 비운다. 비수마는 말리 국가대표이며, 사르는 세네갈 국가대표다. 전력 누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손흥민에게도 아쉬운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토트넘이 오랜만에 최고의 분위기를 맞이하면서 손흥민의 활약도 함께 이어졌다. 2021-22시즌 득점왕에 오르며 기량이 절정에 달했지만, 지난 시즌 부상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위기를 맞이한 팀에서 제 몫을 다했다. 콘테 감독이 경질당하고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경기를 치르기도 하면서 토트넘은 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10골 6도움으로 7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에 성공했고, PL 통산 100호 골이라는 업적까지 만들었다. 시즌을 마치고 8-9개월 동안 참았던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손흥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면서 절치부심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손흥민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다짐했다. 기존 주장직을 맡았던 위고 요리스와 해리 케인이 팀을 떠나면서 손흥민이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부주장으로는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임명됐다.
예고한 대로, 우리가 ‘잘’ 아는 손흥민이 돌아왔다. 시즌 초반에는 주로 플레이메이킹을 도우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후 최전방의 히샬리송이 부진하자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변신했다. 번리전에서의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득점포를 연일 터트린 손흥민은 현재 엘링 홀란드의 13골과 모하메드 살라의 10골에 이은 8골로 PL 득점 3위에도 올라있다.
9월에는 PL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개인 통산 4번째로 수상한 이달의 선수였다. 2016년 9월 첫 시상식이 있었고, 이후 지난 2017년 4월과 2020년 10월에도 이달의 선수에 선정됐다. 손흥민은 티에리 앙리, 앨런 시어러, 프랭크 램파드 등과 PL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사상 손흥민보다 더 많은 상을 받은 선수는 6명뿐이다.
손흥민과 함께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9월 이달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의 9월 4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흐름을 이어갔고, 특히 아스널과 리버풀 등 강호를 상대로 1승 1무를 올리는 탄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PL 감독으로 데뷔하자마자 3연속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그는 앞서 개막 직후 8월에 첫 수상에 성공했고, 지난 10월까지 3연속으로 상을 받았다. PL 사무국은 “포스테코글루는 3회 연속 PL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하며 역사를 만들었다. PL 시즌이 시작되는 첫 3번의 상을 받은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 기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1월 이적시장 기간 대비에 힘써야 한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에릭 다이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등도 이적설이 꾸준히 피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유럽 대항전에 나서지 않는 만큼 남아 있는 선수들로 팀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인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토트넘이 대체자를 영입하는 것에 필사적이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한 바 있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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