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공매도 금지와 `코스피 일병` 구하기
어려서 조숙했던 친구는 "돈이 가는 곳이 마음이 가는 곳이야"라는 말을 즐겨 했다. 지금에 와 돌이켜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복잡하게 엉키고 설킨 것이 우리 인간사라 할지라도, 수많은 부등호가 방향을 달리 하는 복잡한 그 수식에도 '돈'이란 놈을 집어 넣으면 제법 많은 것들이 제 실체를 드러낸다.
돈은 정도의 차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기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준다.
여의도 증권가 사람들에겐 금과옥조처럼 가슴에 새기고 다니는 대명제도 바로 '시장은 언제나 옳다'이다. 증시 전문가란 이들은 사람들이 제 돈을 가지고 '안될'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유진 파마의 '효율적 시장 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수집한 정보를 최선의 방법으로 신중히 분석하고 빠르게 반영한다면, 아마도 시장이 틀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형 악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증시는 꽤 긴 조정 기간을 거쳐왔다. 개미(개인투자자)의 최애 종목인 이차전지주들이 여름 고점을 마지막으로 약세를 유지하던 상황이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시행된 첫날 국내 증시는 곧장 달아올랐다.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려는 외국인들로 인해 지수는 급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3년여만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인 '사이드카'가 발동할 정도였다. 공매도로 빌린 주식을 매도를 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이를 되사서 갚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매수를 '숏커버링'이라고 부른다. 공매도도 실제 주식 매도처럼 주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있듯이 숏커버링도 상승 효과가 있다.
이차전지주들은 나란히 급등했다. 해당 종목 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단행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찬양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33% 하락했고 코스닥은 1.8% 내렸다. 심지어 이날은 코스닥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일부 품목들은 공매도 금지 이전보다 더 떨어졌다. 이차전지 종목 주주들이 "윤석열 정부를 탄핵해야 한다"고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참을 수 없는 실소가 나오는 대목이다. 시장은 과연 항상 옳은 걸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공매도 금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치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못박았고, 장기적으로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금지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사실 공매도 제도는 개미에게 유리한 게임이 아니고, 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분명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100여개 상장기업에 불법 소지가 높은 공매도 포지션이 발견된 것도 맞다.
그러나 개미들 사이에선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여겨지는 공매도에도 실제로는 주가 급락을 막아주는 순기능이 있다. 주가 조작은 공매도가 허용되지 않는 종목들을 노린다. 현재 전세계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국가는 튀르키예와 한국뿐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걸까.
정부는 이 것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이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표변하는 시장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젠 지수 선물 숏 포지션이 쌓이면서 코스피를 되려 위협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사회의 시스템에 허점이 있어 악용 사례가 나타나면 시스템 자체를 폐기하고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방법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월호 침몰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을 해체하자 마약과 밀수 등 해양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스피 일병'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뛰어 들었는데 어쩌나, 코스피는 다시 포위됐다.
이번 기회에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공매도 제도를 제대로 수선해야 한다. 아군 사격을 멈추고 적군(불법 공매도)을 가려내야 한다. s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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