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80대 건물주 살해’ 피의자 구속···살인교사 공범은 영장 기각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주차관리원 김모씨가 15일 구속됐다. 김씨의 범행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40대 모텔 업주 조모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를 받는 김씨와 살인교사·증거인멸 혐의를 받는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살인을 저지른 김씨에 대해서만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조씨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공범 김씨의 진술이 주된 증거자료인데, 관련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그 진술에 의한 살인 교사 동기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공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또 “현재까지 대부분의 증거자료가 확보되었고 수사 경과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 방어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일정한 주거와 가족 및 사회적 유대관계를 고려할 때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현저히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조씨는 오전 10시17분쯤 흰 롱패딩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 채로, 김씨는 하얀 마스크에 고개를 든 채로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남부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승줄에 손을 묶인 두 사람은 “언제 계획했냐” “혐의 인정하냐”는 등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는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영등포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건물주 A씨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살인 이후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조씨의 모텔로 도주했다가 KTX를 타고 강릉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32분쯤 강원도 강릉 KTX 역사에서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주차관리를 하며 숙식하던 모텔을 소유한 조씨는 도주 경로를 비추는 CCTV를 삭제하고 혈흔을 닦는 등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확인 돼 같은 날 오후 10시10분쯤 참고인 조사를 받다 피의자로 전환됐다. 조씨는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피살된 건물주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와 재개발 문제 등 이권이 얽혀 있던 조씨가 김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조씨가 “우리는 형제”라며 “A씨를 죽여야한다. 그래야 우리가 저 빌딩을 가질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2달 전쯤부터 살인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김씨의 진술이 초반과 달라진 측면이 있어 그 부분을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게 아닌가 싶다”며 “조씨의 증거인멸 정황 등을 보완해 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 동기와 다른 공범이 있는지 여부 등을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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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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