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안인득 사건, 경찰 부실대응"... 국가 배상책임 인정

박준규 2023. 11. 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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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안인득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있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

법원은 "경찰이 적어도 2019년 3월(사건 한 달 전)에는 안씨가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을 것"이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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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이상행동 수차례 신고 받고도
행정입원 신청 등 조치 안해 '과실'
"국가가 4억원 손해배상해야" 판결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저지른 안인득이 2019년 4월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남 진주시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흉기를 휘둘러 22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안인득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이 있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 이로 인해 국가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약 4억원. 경찰이 안인득의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입원 신청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 박사랑)는 안씨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5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안씨는 2019년 4월 진주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하고 17명에게 상해를 입혀 이듬해 10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는 범행 이전인 2010년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행인에게 칼을 휘둘러 형사처벌을 받았고, 같은해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할 당시 조현병 판정을 받았지만 2016년부터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후 안인득은 2018년 9월부터 사건을 일으키기까지 다시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주민들에게 오물 투척과 욕설, 폭력을 일삼았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8번이나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었다.

피해자 유족들은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5억4,0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안인득의 반복된 이상행동 때문에 여러 번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경찰이 그의 위험성을 방치하는 바람에 참극이 벌어졌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경찰이 적어도 2019년 3월(사건 한 달 전)에는 안씨가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을 것"이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행정입원 신청을 요청했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이 피해자 진술 등을 기초로 안씨의 정신 질환 여부를 확인하고, 반복되는 신고 이력도 검토했다면 종합 대책을 강구할 가능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예로 든 것은 그해 3월 '호프집 사건'이다. 안인득이 호프집에서 특수폭행을 저질렀지만, 경찰은 그의 특수상해 유죄 전력을 알면서도 행정입원 신청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의 안일한 대처와 인명 피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안씨에 대한 정신과적 진단과 충분한 치료가 이뤄졌다면 공격적 행동 증상은 점차 호전되어 타인의 생명·신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했을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 소송의 피고인 정부는 "전문가 아닌 경찰에게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극적 조처를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고 맞섰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 내부 업무지침과 매뉴얼 등, 경찰청의 정신건강복지법 교육 현황 등을 고려하면 112신고 사건을 처리하는 수사기관은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절한 조처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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