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성범죄 내던져진 ‘마약 제보자’…마약 수사 왜 이러나
[앵커]
올해 초 경찰은 '18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밭'을 발견해 관련자들을 검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가 첩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에 노출됐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사회부 윤아림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윤 기자, 지난 1월이었죠?
경찰이 홍보했던 사건을 먼저 정리해보죠.
[기자]
경찰은 올해 초 '마약 파티룸'을 확인해 관련자를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마 재배부터 판매, 투약까지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마약 파티룸'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요,
경찰은 관련자 5명을 검찰에 송치하며 마약 집중단속의 결과라고 홍보했습니다.
[앵커]
경찰이 홍보했던 이 사건, 최초 제보자가 따로 있었다고요?
[기자]
20대 여성인 A씨였는데요,
이 여성은 전 연인이었던 황 모 씨의 불법촬영 혐의를 고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경찰서를 찾았지만 당시 경찰은 'SNS는 수사 협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고소를 반려했습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A씨는 황 씨가 마약 유통책이라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는데요,
그러자 경찰은 "마약 수사에 협조하면 성범죄까지 모두 같이 수사해주겠다"라고 A 씨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A 씨/음성변조 : "같이 해결해주겠다면서 저한테 (수사에 필요한 게 적힌) 쪽지를 준 거잖아요. 믿을 사람이 마약 수사대밖에 없다라고 생각을 (했어요.)"]
[앵커]
그때부터 마약 수사에 협조하게 된 거군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가 이어졌다고요?
[기자]
네, A 씨는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려고 황 씨와 연락을 유지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토킹, 강제추행 등 황 씨의 성범죄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A 씨는 이런 피해 사실을 경찰에 호소했지만 "기다려달라"는 답만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경찰은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황 씨를 마약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앵커]
그럼 황 씨를 체포하기 전 두 달 동안 A씨는 성범죄에 노출된 건데, 그렇다면 경찰은 약속대로 성범죄 수사는 했나요?
[기자]
하긴 했는데요,
문제는 황 씨의 불법촬영물 한 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고, 그마저도 불송치로 종결했습니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는데, A씨는 다시 경찰서를 찾아 황 씨를 강제추행과 스토킹 등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혐의 중에 일부 불법촬영 혐의를 제외하고는 또다시 모두 불기소 처분됐습니다.
A 씨가 경찰 수사에 협조하면서 황 씨와 연락을 유지했던 게 발목을 잡았던 겁니다.
연락을 끊지 않아 '원만한 관계'로 보인다는 게 판단의 근거가 된 겁니다.
[앵커]
네, 그런데 경찰의 마약 수사에 협조한 사람이 A 씨 말고도 또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대마밭의 위치를 알아낸 40대 남성 B 씨입니다.
B 씨는 황 씨의 지인이자 A 씨가 일하는 가게 사장인데요.
경찰은 B 씨를 만나서도 약속을 했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B 씨/음성변조 : "'(경찰이) 사람 살리는 일입니다. 이거 나라 살리는 거예요. 이 정도 사건 해결하면 표창장 드려야죠' 이러는 거예요."]
이후 경찰은 B 씨에게 대마밭 위치와 함께 잠입까지 요구했고, B 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또 용의자를 놓친 경찰을 위해 유인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B 씨 덕분에 마약 유통책을 검거한 건데, 경찰은 약속을 지켰나요?
[기자]
경찰은 약속한 표창장을 줄 수 없다고 태도를 바꿨습니다.
B씨는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는 업종의 종사자이기 때문에 표창장뿐 아니라 감사장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거였습니다.
[앵커]
경찰의 내부 규정 때문이라는 건데, 결국 약속은 공수표가 됐네요?
A씨에 대한 경찰의 공식 입장도 있나요?
[기자]
A씨가 성범죄에 노출됐다는 것에 대해 경찰은 보도 전에는 "인권 침해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 별도의 감찰 필요성도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하루 만에 경찰은 '수사감찰'에 착수했습니다.
수사감찰은 수사 공정성 훼손을 막기 위해 정식 감찰 대신 수사심사담당관실이 먼저 감찰 조사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와 별도로 제보자들이 경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경찰청 차원의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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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림 기자 (ah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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