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혁신기획서로 1000억 전쟁…글로컬대학 선정 후폭풍

정인선 기자 2023. 11. 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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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보장받는 '글로컬대학'의 첫 심사 결과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100점 만점)에 혁신성은 무려 60점이었고, 대학들은 5장 이내에 한정된 기획서에 어떻게 혁신을 담아낼 지 고심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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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사 위기'…5장짜리로 지역대 생사 갈려
대전·충남 '0곳' 지역안배 없어…정성평가도 논란
15일 충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캠퍼스를 거닐고 있다. 5년간 1000억 원을 들여 지방대 30곳을 육성하는 글로컬대학 선정 명단에 대전·세종·충남 대학들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진=김영태 기자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보장받는 '글로컬대학'의 첫 심사 결과를 두고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대전·충남이 소외되는 등 지역 안배가 고려되지 않은 데다가 추후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심사가 대부분 정성 평가로 이뤄진 탓에 탈락한 대학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지난 13일 글로컬대학 1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예비지정 명단에 올랐던 순천향대가 끝내 탈락하면서 대전·충남은 단 하나의 글로컬도 선점하지 못한 채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정부는 사업의 1차 제출 서류로 'A4 5장'의 혁신기획서를 제시했다.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평가기준(100점 만점)에 혁신성은 무려 60점이었고, 대학들은 5장 이내에 한정된 기획서에 어떻게 혁신을 담아낼 지 고심이 깊었다. 지방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단 5장짜리 기획서로 대학의 생사가 갈릴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대전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대학구조조정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고, 기획서로 생사를 가른 것"이라며 "글로컬대학 사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교수도 "글로컬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은 알아서 버둥거리며 살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겨우 5장 짜리의 혁신안에 이제까지 본 적 없는 혁신을 담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정부는 돈만 주고 고민은 대학들이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정성 평가'에 치중된 평가 방식도 논란이 될 여지가 크다. 특정 지표를 충족했는지 여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정량평가 대신 정성평가로 혁신을 평가하면서, 각 대학들이 관리해온 성과 지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지역 안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전·충남에서 한곳도 선정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선정 대학을 지역별로 보면 강원권 2곳, 영남권 5곳, 호남권 2곳, 충북권 1곳이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영남이 절반을 차지하고, 국공립이 대부분"이라며 "결과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벽 허물기'를 내세운 대학 위주로 합격한 것을 두고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 여부가 평가지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학계에선 통합 계획 자체가 혁신 분야에서 큰 점수를 따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컬 선정 방식이 통합을 밀어붙이는 셈이 되면서 지역대학들의 학내 분규도 잦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혁신 묘수로 통합을 내세운 일부 대학은 학내 반발로 인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대·부산교대의 경우 통합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듯, 글로컬대학위원회는 통합이 되지 않을 경우 사업비를 환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한정된 시일 안에 구체적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대학 입장에선, 통합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22일까지 탈락 대학을 대상으로 이의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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