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미중관계, 동지 아닌 한로

김충제 2023. 11.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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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는 과연 신냉전에 빠졌는가. 미소가 적대적 대립을 했던 시기는 냉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다. 단, 미소처럼 냉전적 진영화가 진행은 되고 있지만 미중 관계를 '냉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 '신'자를 붙이는 것이 맞는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미중 관계는 때리면서 웃고 맞으면서도 웃는, 영화 '배트맨'의 조커(Joker) 얼굴을 가졌으나 아직 신냉전에는 이르지 않았다.

아닌 이유로 첫째, 관계의 성격 때문이다. 미국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정책으로 변경한 것에서 보듯 미중은 상호의존적 경제구조 안에 놓여 있다. 다양한 글로벌 도전들에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복합적 경쟁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둘째, 싸움이 되려면 양측의 손바닥이 마주쳐야 한다. 미국은 무역, 과학기술부터 시작해 홍콩, 대만, 남중국해,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명공(明攻) 암공(暗攻)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중국의 모습은 피전(避戰)이다. 전략적 선택이겠지만 '전(戰)'보다는 '투(鬪)'이다. 셋째, 굳이 냉전이라고 부르고자 한다면 아직 초입이다. 1년을 24절기로 나눌 때, 미소 냉전시기를 가장 추운 소한(小寒)이나 대한(大寒)에 비유할 수 있다. 한편 미중 간 한랭전선이 형성되고 있지만 겨울이 왔거나(冬至), 들어서지(立冬) 않았다.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 한로(寒露).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상강(霜降) 수준이다.

그 때문에 우리가 냉전의 초입에서 빠져나오려면 몇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첫째, 미국의 리더십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국제질서에서 어쩌면 완전하고 완벽한 리더십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의 리더십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미국 스스로 이전과는 달리 '아메리카 퍼스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 리더십의 조바심과 일관성 부족이 현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둘째, 미국은 중국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트럼프 시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전략적 큰 그림을 보지 못했다. 바이든 시기에는 전략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나 경제적 디테일을 놓쳤다. 디리스킹처럼 처음엔 중국에 분노했다가 자국의 약점들을 발견하고 수정해야 했다. 좀 더 숨을 고르면서 찬찬히 길게 전체를 보지 못했다. 전략과 전술이 모두 혼란스럽다. 미국의 중국정책이 조속히 재정립되어야 한다.

셋째, 중국도 자국의 역할·기여·노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에서는 현 국제질서를 100년 만의 대변국(大變局)이라고 부른다. 신국제질서 수립을 암시하는 이런 식의 표현과 그에 준하는 '전랑'외교는 미국의 의구심과 두려움을 배가시키는 만큼 중국이 이를 자초하거나 자충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현 질서의 격변·해체·전환을 원하지 않으며 현 질서에 다양한 혜택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현 질서의 보완재로서 미국에 적극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넷째, 미중이 다차원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11월 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건전한 경제 경쟁을 위해 규칙에 기반을 둔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미중은 전 지구적 비전 경쟁을 해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인류운명공동체, 일대일로 등 전 세계에 많은 제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중국 특색을 넘어 인류보편적으로 설득력 있는 접점들을 넓혀 가야 한다.

11월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양자 회담을 하게 된다. 두 정상의 만남이 우리가 신냉전에 살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길 기대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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