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아기 연명치료 두고 英-伊 줄다리기...결국엔
희소병을 앓고 있던 8개월 신생아인 인디 그레고리(여)의 연명치료 필요성을 놓고 영국과 이탈리아 양국이 한동안 떠들썩했다. 연명치료가 더이상 의미없다는 영국, 우리가 맡아 치료하겠다는 이탈리아로 갈린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새벽 인디는 끝내 숨을 거뒀다. 호흡기를 뗀지 하루 만이다.
인디의 아버지인 딘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날 새벽 1시 45분에 인디가 세상을 떠났다"면서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와 법원은 인디가 더 오래 살 기회뿐만 아니라 인디가 살던 집에서 죽음을 맞을 존엄성도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최근 (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과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디는 지난 2월 희귀 유전질환인 퇴행성 미토콘드리아병을 가진 채 태어났다. 해당 질환 때문에 뇌손상도 발생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로 세포가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하기에 점차 세포 내 에너지가 줄어들어 뇌와 신경, 근육, 망막 등 다양한 신체 장애를 유발한다.
영국 "연명치료 가능성 없다" 판결 vs 이탈리아 "우리가 맡겠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대치는 인디의 연명치료에 대해 영국이 '의미 없다'고 판정한데서 부터 불거졌다. 인디는 태어나자마자 영국 노팅엄에 소재한 퀸스 메디컬센터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병원과 의료진은 지난 9월 불치 판정을 내리고 더 이상의 치료가 아기에게 고통만을 안겨주기에 연명치료 중단을 권고했다.
인디의 부모는 이에 반발해 병원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진행했지만, 영국 법원 역시 치료 가능성이 없다며 병원의 판단을 인정했다. 항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인디의 사연은 화제가 됐고, 가족들에게 재택 치료나 이탈리아 이송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다. 이탈리아는 가톨릭의 영향이 강해 연명치료 중단에 부정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항소까지 패배한 부모는 결국 이달 2일 경부터 인디의 이탈리아 이송 치료를 추진했다. 이탈리아 정부와 교황청도 적극적으로 인디의 이송 치료를 지원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교황청이 운영하는 아동전문병원인 제수밤비노병원이 인디의 치료를 맡겠다고 나섰고, 이탈리아 정부 역시 지난 6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인디에게 시민권을 발급하고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민권 발급으로 인디의 법적 대리인 자격을 얻은 주영 이탈리아 영사관이 대신 영국 법원에 인디의 이탈리아 이송 허락을 요청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인디의 치료 응원-지지했지만...결국
바티칸도 이 사건에 큰 관심을 보였고 지난 11일에는 이 소식을 전해받은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어린 인디 그레고리와 그의 가족, 그리고 전쟁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의 모든 어린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끝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0일 "인디를 이탈리아로 옮기는 것은 최선의 이익이 아니다"며 "연명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또한, 연명 치료 중단은 집이 아닌 병원이나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서 인디의 죽음을 맞게 해달라'는 그레고리 부부의 요청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튿날인 11일 인디는 퀸스메디컬센터 호스피스병동으로 병상을 옮겨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했다. 그로부터 약 하루 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디의 사망 소식에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일, 가능한 모든 일을 했다. 안타깝게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영국 의료이용 엄격히 통제하는 체계...연명치료 논쟁 계속 불거져
의료서비스를 공공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는 영국 보건 당국은 의료비 급증과 의료전달체계 혼란을 막기 위해 의료이용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이로 인해 연명치료 논쟁도 여러차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당시에도 23개월 신생아 알피 에번스을 두고 연명치료 중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에도 교황청의 제수밤비노 병원이 연명치료 지원 의사를 밝히고 이탈리아 정부가 시민권을 발급해 에번스가 로마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럼에도 영국 법원은 끝내 에번스의 이송을 허용하지 않았고, 에번스는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한 지 닷새 만에 사망했다.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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