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앵커 불공정보도 4분짜리 반성 리포트에 내부 반발

조현호 기자 2023. 11.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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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앵커, '검언유착, 윤지오, 생태탕, 김만배' "중립의심 보도않겠다"
KBS본부 "해당 기자 반론없이 방송…불공정 기준없어, 간부가 원고작성"
박장범 "그렇지 않아, 추후 설명"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박민 KBS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KBS의 공정성 훼손 사례를 언급하며 사과한 뒤 KBS는 곧바로 저녁 메인뉴스에서 해당 공정성 훼손 보도 사례 4건을 4분짜리 리포트로 보도해 논란이다. KBS 내부에서는 즉각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일방적 보도라고 했다. KBS본부는 문제로 지목한 해당 보도의 취재 제작을 한 기자들의 반론이나 해명도 받지 않은채 얼굴까지 일방적으로 내보냈으며, 기자의 발제가 없이 다른 부서 간부가 작성한 원고로 리포트가 제작됐고, 중립과 공정보도의 기준없이 불공정한 사례라고 단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장범 앵커는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재반박을 했으나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다.

박장범 KBS 앵커는 14일 저녁 <뉴스9>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 사례들은?'에서 4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박 앵커는 “첫 번째는 이른바 검언 유착 오보”라며 “2020년 7월18일 9시뉴스”라고 지목했다. KBS가 당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내용이다. 박 앵커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관련된 보도였는데, 불과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박 앵커는 두 번째 사례로 윤지오씨가 <뉴스9> 스튜디오에 출연해 장자연씨 사망경위에 대해 언급한 사례를 들어 “그러나 윤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폭로가 나오기 시작한다”며 “윤씨가 곧 장자연씨와 별다른 친분이 없었고 유족의 동의 없이 책을 출간하는 등 장자연씨의 죽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박장범 KBS 앵커가 14일 저녁 메인뉴스 KBS 뉴스9에서 박민 사장이 이날 지목한 KBS의 불공정 사례 4건에 대해 앵커리포트로 자세히 소개하면서 향후 중립 의심 보도 등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 정작 문제로 지적되는 당사자의 반론이 빠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세 번째로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KBS가 단독 보도한 생태탕 의혹 사건을 소개했다. 박 앵커는 “KBS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 내곡동 처가땅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단지 내 진실 규명이 어려운 사안을 선거 기간에 보도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방송했다. 네 번째로 박 앵커는 “대통령 선거 직전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한 또 다른 보도 역시 선거 개입 논란 속에서 공정성 훼손 사례로 지목됐다”며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를 들었다. 박 앵커는 “보도에 근거로 활용된 뉴스타파 녹취록은 대화의 내용을 짜집기한 걸로 드러났고 KBS는 또다시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박 앵커는 강원도 대형산불 때 KBS가 재난 주관 방송사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 점, 윤석열 대통령의 일장기 경례 오보도 있었다고 제시했다. 박 앵커는 “KBS 오늘 공영 방송사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앞으로 정치적 중립이 의심되거나 확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는 보도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시청자 여러분께 약속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5일 오후 성명을 내어 앵커 리포트 방식을 두고 “치졸하기 그지 없었다”며 “문제라고 지적한 보도들의 과거 영상을 그대로 방영하는 방식으로 해당 취재진과 진행자들을 편파 논란의 대상으로 아예 박제시켜 버렸다. 당사자에게는 어떠한 반론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문제가 된 보도 사례가 정말 공정성이 훼손된 뉴스였는지 이견이 있음에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보냈다”며 “공정성과 정파성을 지적하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세웠느냐”고 반문했다. KBS본부는 이른바 '생태탕' 보도로 알려진 '오세훈 후보 내곡동 땅 의혹 검증 연속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취재진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며 그런데도 계속 이 사안을 공정성 훼손 사례라고 언급하는 이유가 뭐냐고 반박했다. 실제 방송에서도 박장범 앵커는 검찰의 무혐의 사실은 반영하지 않았다. KBS본부는 “특정 권력에 불리하면 공정성 훼손이냐”고 지적했다.

▲KBS가 지난 14일 뉴스9에서 박민 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과거 불공정 보도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9 영상 갈무리

이번 앵커 리포트 제작 과정과 절차와 관련해서도 KBS본부는 “일선 기자의 발제가 아니라 수뇌부가 일방적으로 발제해 저녁 시간이 돼서 갑작스럽게 해당 리포트가 큐시트 상단에 올라왔다”며 “해당 리포트 원고도 앵커가 아닌 통합뉴스룸 소속이 아닌 모 부장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KBS본부는 “통합뉴스룸 구성원도 아닌 자가 도대체 어떤 권한과 경위로 9시 뉴스 앵커 원고를 작성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KBS본부는 방송하기 전에 이 같은 원고를 본 기자들이 기자협회를 통해 '구성원 공감대가 없다', '사장의 보도개입 수준이다.', '불공정 보도로 도매급으로 비난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등의 항의를 했는데도 수뇌부가 방송을 밀어붙였다고 썼다. KBS본부는 “이번 보도는 KBS 보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도 공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50년 KBS 역사의 치욕이자 참사”라고 평가했다. KBS본부는 KBS 사측을 향해 노사간의 공정방송위원회를 열어 사장이 나와 직접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통상 리포트 제작과정과 달리 △일선 취재기자가 발제하지 않고, 통합뉴스룸의 권한 없는 부장이 작성했다는 점 △(비판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 기자의 반론이 없었다는 점 △무엇이 편파인지 기준없이 불공정 보도사례로 규정한 점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김만배 인용보도의 경우 모든 언론이 다 했고, 심지어 우리 보도는 국민의힘이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반박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기자협회의 문제제기에 KBS 보도본부 수뇌부가 이날 아침 회의에서 '방송주간이 직접 발제했다', '어느 정도 결론과 합의가 난 사안이라 생각해서 선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날 해당 KBS 보도본부 수뇌부 인사에 언론노조 KBS본부가 내놓은 성명의 주요 비판 내용에 대한 견해를 묻는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질의를 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직접 앵커리포트를 한 박장범 앵커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왜 당사자들 반론을 안들었느냐', '원고를 왜 본인이 직접 작성않고 다른 간부가 작성했다는 주장은 맞는 얘기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밝히겠다). 앵커가 누가 써준 것을 (갖고)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다만 박 앵커는 “앵커 된지 얼마 안 돼 내일까지 계속 촬영 일정이 있으니 며칠 지난 뒤 인터뷰나 필요한 대화를 하자”고 말했다. '전날 보도한 것에 이날 성명이 나와 보도를 해야하니 요지라도 말씀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추후에 연락을 주겠다”만 해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원고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모 부장에게도 실제로 본인이 앵커리포트 원고를 작성했는지, 왜 그랬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15일 오후 5시40분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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