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서민금융 실적에 ‘대부업 차입’ 포함할까… 금융당국 고심

서혜진 2023. 11.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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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금리 한도 막힌 대부업계
"은행권 차입으로 조달금리 낮춰 저신용층 신용공급 확대될 것"
대부업 ‘돈줄’ 낙인 은행은 부담
자회사 저축은행 수익감소 우려도
금융당국이 집계하는 은행의 서민금융지원 목표 및 이행실적에 대부업 차입액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놓고 대부업계와 은행업계가 맞서고 있다.

대부업계는 제2금융권보다 시중은행의 조달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서민 대출 여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은행업계는 제2금융권 자회사의 수익감소 등을 감내하면서 대부업계에 융자를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상생금융 실적에 우수대부업 차입액 포함?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은행의 서민금융지원 목표 및 이행실적에 우수 대부업자에 대한 차입액을 포함하는 안을 제안했다. 법정 최고금리 한도에 막혀 있는 대부업권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조달금리를 낮추면서 저신용층의 신용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다음달 금융당국의 저신용자 대출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 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제안한 것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의 자금조달 비용이 6%대에 달하지만 제1금융권 자금조달 비용은 3%대"라며 "3%p 정도 자금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대출 확대 여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정기적으로 금융당국에 서민금융지원 목표 및 이행실적을 보고하는데 여기에 우수 대부업자 차입액을 반영하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대부업에 대한 자금조달을 확대하는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인하한 이후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자금 공급이 위축될 것에 대비해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제도 시행 후 2200억원까지 늘었던 우수 대부업자들의 은행 차입 잔액은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자들의 은행 차입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0억원에 그쳤다. 은행들로부터 조달한 차입금의 상환이 꾸준히 이뤄진 반면 신규 대출이 일어나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 8월 나이스(NICE) 신용평가회사(CB) 기준 대부업체 69개사가 내준 신규대출 규모는 950억원으로 전년 동월(3066억원) 대비 2116억원(69.02%) 감소했다.

■금융당국 "서민금융 지원 다각도로 고심 중"

우수 대부업자가 줄어들면 저신용자에 대한 신규 대출 역시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러시앤캐시 폐업 이후 현재 금융당국이 선정한 우수 대부업자는 총 25곳이다.

금융위원회는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된 업체에 대해 반기별로 유지요건을 점검해 2회 미달시 선정을 취소하는데 다음달 심사에서 선정 취소되는 업체가 대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차례 미달된 업체는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비율을 60% 이상으로 유지하거나(선정 당시 비율이 70% 이상인 경우)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비율을 60% 이상 또는 선정시점 대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선정 당시 비율이 70% 미만인 경우)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잔액을 선정 시점 대비 90% 이상 유지(선정 당시 잔액이 100억원 이상인 경우)하지 못하면 우수 대부업자 지위를 내려놔야 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규대출 급감으로 우수 대부업자에서 탈락하는 곳이 대거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수 대부업자 제도 내실화 방안을 검토중인 금융당국은 우수 대부업자의 조달금리 인하 방안을 다각도로 고심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권 차입으로 조달금리를 낮춰 저신용자에게 대출 지원을 원활히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업계의 거부감이 걸림돌이다. 은행권 역시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실 리스크 확대 △대부업체 '돈줄' 역할을 한다는 낙인효과 △자회사인 저축은행·캐피탈의 영업이익 손해 등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대부업계가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수 대부업체 제도를 내실화한다는 것은 대부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닌, 우수 대부업체를 통해 저신용자에게 자금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수 대부업체가 실제로 서민금융을 위해 우수하다고 체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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