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대박 꿈꾸는 2030… 투자중독 4년새 3배 급증[고물가·고금리 시대의 그늘(4)]
신용융자·미수 등 빚투 불사
작년 중독치료 상담 1823명
적은 월급에 한탕주의 만연
#.서울 서초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29)는 월급을 받으면 전부 주식 계좌에 넣는다. 오랜 기간 꾸준히 은행에 적금을 해왔지만 이자는 낮고, 물가는 빠르게 올라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에서다. 한 푼 두 푼 모아서는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씨(21)는 생활비 대출을 받아 주식과 코인에 투자했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손실은 물론 대출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월급만으로는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2030세대가 주식과 코인으로 몰리고 있다. 주식·코인의 활황기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시장이 침체됐지만 예·적금에 비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전히 찾는 이가 많다. 다만 투자가 과열되면서 미수거래나 신용융자 등 '빚투'가 크게 늘고, 주식투자에 중독돼 상담까지 받는 이들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2명 중 1명은 2030
1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내 A증권사에 의뢰해 개인투자자의 연령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 말 기준 2030 투자자가 전체의 58.3%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 2명 가운데 1명은 2030세대인 셈이다.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20대다. 전체의 29.6%에 이른다. 30대가 28.7%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40대(23.2%), 50대(13.1%), 60대 이상(4.0%), 10대(1.3%) 순으로 집계됐다.
코인시장 역시 2030이 '주류'였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2030 투자자가 전체 유저 수의 49.93%, 거래량의 53.24%를 차지했다. 특히 30대가 전체 유저 수의 32.80%, 거래량의 48.43%로 압도적이었다.
■상반기 2030 신용융자 8조↑
주식·코인에 대한 투자가 과열되면서 빚투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고물가로 저축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겠다는 다급함에 신용융자, 미수거래 등 빚투도 불사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올해 상반기 6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메리츠)의 대출취급액 현황에 따르면 2030의 신용융자 신규 취급액은 총 27조5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19조4897억원) 대비 약 8조원 늘어난 수치다.
미수거래 역시 2조4171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조3543억원)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미수거래는 주식 매수 시 증거금을 내고 외상으로 매입하는 방법으로,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반대매매를 통해 계좌의 주식을 매도한다. 증권사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연체잔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2030의 신용융자 연체잔액은 375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46억원) 대비 9배가량 뛰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을 중심으로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이 확대됐고, 고물가로 인해 저축조차 어려운 환경이 나타나면서 주식, 코인 등 단시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위험자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무분별한 빚투, 영끌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에 중독됐다" 급증
이렇다 보니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 과도하기 몰입해 '중독치료'를 위해 센터를 찾는 상담자 수는 최근 4년 사이 3배 넘게 늘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따르면 주식투자 중독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센터를 찾은 인원은 2019년 591명에서 △2020년 1046명 △2021년 1627명 △2022년 182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중독'에 대한 고민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이 닫힌 주말과 새벽시간에도 가상화폐 거래, 미국 주식시장 환경에 대한 전망 등을 의논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일부 누리꾼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인증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직장인 홍모씨(31)는 올 들어 기존 예·적금을 모두 해지한 뒤 주식투자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국내주식 등 투자종목을 다양하게 가져간다. 홍씨는 "아무리 금리가 높아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그 때문에 주식에 올인하는 것"이라며 "월급만 모아서는 돈이 쌓이질 않는다. 앞으로도 예·적금 대신 주식투자를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3)의 주된 재테크 수단은 코인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 대부분을 코인과 주식에 넣는다. 김씨는 "1년 적금을 넣어도 이자는 연 3~4%로 적은 반면 코인은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시간 대비 수익을 고려해도 적금보다 코인이 훨씬 이득이라는 생각"이라며 "물론 잃기도 하지만 그만큼 버는 것도 있어서 만족스럽다. 다만 코인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코인 시세만 들여다보게 되는 점은 스스로도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미래소득 당겨 투자하는 2030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기적 수익을 얻고자 위험성을 감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적은 자산으로도 충분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수단은 결국 주식 아니면 코인이다. 특히 코인은 주식보다 가격이 빠진 측면이 있어 젊은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라며 "2030세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소득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주식과 코인 투자에 미래소득을 당겨 쓰는데 이는 경제학 이론과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2차전지 등 '밈' 주식 열풍이 불면서 유튜버들의 조언만 믿고 투자하는 현상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최근 물가가 연이어 상승하면서 적은 월급, 본인의 수익 내에서 돈을 쓰기가 어려워지자 투자 한탕주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며 "주식 및 코인 투자로 경제적인 부를 일궈가고 있는 주변인들과의 비교심리가 작동하면서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경향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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