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정치네컷] 누가 더 후진가…진흙탕 싸움 도발한 송영길 vs 역공 한동훈
◇B컷
우열을 가리기 힘든 '후짐'…진흙탕 싸움 만든 송영길 vs 한동훈'건방진 어린 놈'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 후지게 만들었다'
한 장관이 반격했다.
송 전 대표가 쏘아올린 공은 여야를 진흙탕에 빠뜨렸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XX'라는 의미도 불분명한 표현으로 한 장관을 폄하했고, 같은 당 유정주 의원은 한 장관을 '너'라고 지칭했다. 김용민 의원은 한 장관을 짐승을 뜻하는 '금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여당도 도긴개긴이다. 야당의 선 넘는 발언을 비판하면서 똑같이 선을 넘었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민 의원을 향해 '비겁하고 찌질하다'고 했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김 의원에게 '정치 쓰레기'라고 비슷한 수준의 막말을 했다.
송 전 대표와 한 장관의 설전은 활화산이 됐다. 계속 뿜어져 나오는 막말 경쟁이 그치질 않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러다 한동훈도 윤석열 만들라' 우려도 커졌다. 한 장관에 이목이 쏠릴수록 한 장관의 인지도만 높이고 정치적 몸값만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송 전 대표의 선공은 지난 9일 서울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터졌다. 자신과 주변인물들을 향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분노가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마꾸 쏟아졌다. 송 전 대표는 한 장관을 향해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국회의원) 300명,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며 "물병을 가지고 있다면 (한 장관에게) 물병을 던져버리고 싶다"고 비난했다.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서도 "이게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 이 XX을 하고 있는데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XX놈들 아닌가"라고 했다.
한 장관은 직접 응수에 나섰다. 한 장관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대한민국 정치를 수십년간 후지게 만들어왔다"고 역공했다.
송 전 대표도 공격에 공격으로 방어했다. 송 전 대표는 1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한 장관이 생물학적으로 어리다는 것이 아니라 일국의 법무부 장관으로서 존재의 가벼움에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대거리를 하고 논평을 하고 인격과 경험이 너무 유치하기 때문에 지적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장관이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렇게 법무부 장관을 후지게 하는 장관은 처음"이라며 "후지게 정치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후지게 법무부 장관을 하고, 수사도 후지게 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한 장관이 송 전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은 것에는 "한 장관이 나보다 나이가 10살이 더 어린데 검사를 해서 재산이 43억원이고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다"며 "나는 돈이 부족해서 서울에 아파트를 얻지 못하고 연립주택 5층에 지금 4억 3000만원 전세아파트에 살고 있다. 뭘 도덕적으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반론을 폈다.
◇B컷
'희생' 압박하는 인요한…'외면'하는 중진들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격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민심을 수습하려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중용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인 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희생'을 겸허히 받아들일 중진이 없다.
되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한다"고 인 위원장에게 경고를 날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혁신이 자중지란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2호 혁신안의 주제를 '희생'이라고 밝히며 "국민이 희생을 했고 정치인이 이득을 봤는데,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치인이 희생을 감수하고 국민에게 이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이 언급한 '희생'의 속내는 영남 중진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다. 그러나 대표적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은 4200여명의 지지자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고 "알량한 정치인생을 연장하며 서울에 가지는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혁신위와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인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인 위원장은 15일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인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한 열흘 전에 제가 여러 사람을 통해서 (윤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했는데,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생각껏 맡은 바 임무를 끝까지,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그냥 거침없이 하라'는 이런 신호가 왔다"고 전했다. 영남 중진과 윤핵관의 무반응과 관련해서는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그래서 좀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에 기대 압박 수위를 높여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혁신위와 당 지도부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인 위원장은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4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이는 반면, 김 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사진전' 개막식을 찾은 뒤 이튿날인 14일에도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보수층을 공략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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