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로 귀화한 송의영 “꿈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뛴다니 설레요”

싱가포르로 귀화한 송의영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1차전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2026년 북중미월드컵으로 가는 길목에서 처음 만나는 싱가포르의 한 선수는 “어릴 때 꿈꾸던 무대라 설렌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무대는 월드컵이 아닌 한국 축구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라 눈길을 끌었다.

2021년 싱가포르로 귀화한 한국계 미드필더 송의영(30·수라바야)이기에 나올 수 있는 표현이었다.

송의영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한국과 1차전을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에 귀화할 때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비록, 원정 선수지만 한국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다”고 웃었다.

인천 출신인 송의영은 정왕중을 거쳐 여의도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2012년 졸업한 뒤 당시 이임생 감독이 이끌던 싱가포르 명문 홈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송의영은 데뷔 첫해 싱가포르 2군리그에서 12경기를 뛰면서 11골을 넣어 1군으로 도약했다. 처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가 공격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이력이 흥미롭다. 특히 2018년에는 정규리그 10골을 포함해 공식 대회에서 20골을 기록해 싱가포르 귀화가 추진됐다.

2021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그는 그해 11월 11일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래 20경기에서 4골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송의영이 손꼽아 기다리는 한국전은 그의 21번째 A매치다.

송의영은 “(싱가포르가 2차예선에서 한국을 만나려면) 괌과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 했다”면서 “가족들도 꼭 이겨서 한국을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실 송의영이 한국을 상대로 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매치는 아니지만 홈 유나이티드가 재창단한 라이언 시티 소속으로 202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대구FC를 상대로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송의영이 A매치에서도 골 맛을 본다면 그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송의영은 올해 태국으로 무대를 옮겼지만, 대표팀 동료들이 즐비한 라이언 시티가 최근 전북 현대를 2-0으로 꺾은 사실도 긍정적이다. 송의영은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기술이 뛰어나고 피지컬에서 앞서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 팬들에게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