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여성 살길도 논의돼야" …문화공원 '탈바꿈' 앞둔 창원 성매매 집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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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밤만되면 여성을 찾는 남성들로 붐볐어요" 1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속칭 '신포동 꽃동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서성동 집결지 폐쇄는 단순히 공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며 "서성동에 지금도 살고 있는 노령화돼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 장기적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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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여성 지원 단기에 그쳐, 노령 피해여성 자활 논의 필요"
(창원=뉴스1) 박민석 기자 = "옛날엔 밤만되면 여성을 찾는 남성들로 붐볐어요" 1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의 속칭 '신포동 꽃동네.'
경남 유일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이곳은 지난 2021년까지도 성매매가 이뤄졌다. 이날 찾은 집결지는 230여m 길이의 골목에 텅 빈 성매매 업소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골목을 들어서는 진입로마다 '청소년 통행금지 구역'이라고 적힌 표지판도 놓여 있었다. 커튼이 쳐진 채 굳게 닫힌 업소 내부에는 버려진 의자와 화장대 등이 남겨져 한 때 이 골목이 홍등가였다는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주민 김모씨(60대)는 서성동 집결지에 대해 "옛날에는 사람들로 골목이 붐벼서 불야성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밤만되면 가게마다 빨간 불이 켜지면서 여성들을 찾는 남자들이 몰려 왔다"며 "애들 있는 집에서는 밤에는 절대 집 밖으로 애들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서상동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1905년 마산항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유곽을 만들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까지 이 일대에는 45개 업소가 운영되면서 300여명의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기도 했다.
15일 창원시에 따르면 서성동 집결지에서 영업 중이던 성매매 업소는 지난 2021년 12월을 끝으로 모두 폐업했다.
시는 폐쇄한 서성동 집결지 일대 1만 1144㎡에 시비 250억원을 들여 문화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현재 사업 대상 부지의 절반 가까이를 수용한 시는 나머지 수용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1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성매매 집결지가 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민관협의체'도 전날 마산합포구청에서 마지막 정기회의를 열고 활동을 종료했다.
민관협의체는 지난 2011년 서성동 집결지 재정비대책위원회로 시작해 지난 13년간 주민간담회, 집결지 합동점검, 성매매 예방 캠페인을 벌여왔다.
집결지 폐쇄 이후에는 집결지 재정비 관련 정보공유와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여성단체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단기적인 정책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서성동 집결지 폐쇄는 단순히 공원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면 안된다"며 "서성동에 지금도 살고 있는 노령화돼 있는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포함된 장기적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피해자 지원 사업이 종료되는 등 성매매 피해자 지원 사업이 단기사업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며 "여성인권에 대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누구도 차별받거나 폭력의 피해 여성이 되서는 안된다는 관점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 조성될 문화공원 안의 '여성인권 기억의 공간'도 남은 과제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는 서상동 집결지가 여성인권 유린의 현장인만큼 이에 대한 기록과 여성인권 인식 개선을 위한 공간을 조성할 것을 요구해왔다.
당초 시에서는 공원 내 165㎡ 부지에 해당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지난 4월 오동동 주민자치위원회 등 주민 4593명이 기억의 공간 반대 서명서를 제출하면서 기억의 공간 조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공원 조성을 담당하는 시 푸른도시사업소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공원 조성 계획에 기억의 공간 부지는 반영돼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시민단체 요구로 주민 여론을 청취했을 때 강한 주민 반대가 있었다"며 "현재는 추진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pms44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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