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정부 아닌 팩트체커가 가려야”…앤지 홀란 IFCN 디렉터 [인터뷰]

김선영 2023. 11. 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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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일방적인 ‘팩트체크’ 종료는 공익을 위해 언론사와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온 사회적 산물을 파괴하는 것이며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지난 9월26일, 네이버는 기존 뉴스홈에 게시되던 ‘팩트체크’ 메뉴를 종료했다. SNU팩트체크센터 제휴 팩트체커들은 ‘팩트체크 중요성이 더없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팩트체크를 지워버리는 비상식적인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며 반발했다.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폴리티팩트 지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앤지 홀란 IFCN 디렉터.
SNU팩트체크센터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32개 언론사들과 협업하는 비영리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네이버의 팩트체크는 SNU팩트체크센터, 센터와 제휴한 언론사 기자들이 매체 종류나 이념 성향을 떠나 지난 6년 간 4700개 이상의 팩트체크 기사를 시민들에게 선보여온 창구였다.

윤석열정부가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네이버가 국내 유일의 민간 팩트체크 플랫폼 지원을 중단하면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한국 언론계에서 팩트체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는 국제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앤지 홀란 IFCN(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디렉터는 “전 세계에서 팩트체커들이 (정치적) 공격을 많이 당하고 있다”며 “미리 예측하고 막기는 쉽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NU팩트체크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서 “(팩트체크 플랫폼으로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지지를 표했다.

홀란 디렉터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팩트 10(Global Fact 10)’에서 IFCN 사상 첫 여성 디렉터로 취임했다. IFCN은 2015년 미국에서 만들어져 100개 이상의 세계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국제 팩트체크 허브다. IFCN은 2021년 미디어 리터러시, 팩트체크 연구 지원 등 허위정보 대응 노력을 인정 받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기관이 인터넷 언론 심의를 강행한다’며 ‘두말할 나위 없는 국가권력의 반(反)헌법적 언론통제 시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홀란 디렉터는 “팩트체커들은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야 되고 정치적인 성향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팩트체커와 같은) 독립적인 사람들이 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오정보(misinformation·誤情報), 허위정보(disinformation)를 가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팩트체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떠도는 허위정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허위정보로 인해 자유로운 발언들까지 제한받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홀란 디렉터는 미국 3대 팩트체크 기관 중 하나인 폴리티팩트의 편집장 출신이다. 폴리티팩트는 2008년 미국 대선 기간에 750가지가 넘는 정치적 주장들을 검증해 ‘진실’과 ‘수사적 포장’을 분리시켜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공을 인정받아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홀란 디렉터도 당시 팀의 일원이었다.

그는 녹록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팩트체커들에게 ‘철두철미함’을 당부했다. 모든 가능성을 완벽하게 조사하는 철두철미함으로 검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팩트체커의 기본자세라는 것이다. 그는 “팩트체크는 많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믿음을 주면서 발전하고 있다”며 “팩트체커는 대상을 검증하는 데 있어서 철저하게 증거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왜 특정 아이템을 선정했는지, 취재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보여줄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SNU팩트체크센터, 포인터연구소가 공동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워싱턴=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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