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선수' 송의영의 고백 "서울에서 한국과 맞대결? 상상도 못했다"[오!쎈 인터뷰]

고성환 2023. 11.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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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싱가포르 축구협회 소셜 미디어.

[OSEN=성산동, 고성환 기자] "꿈꾸던 무대다. 상상하지도 못했다."

싱가포르 국적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귀화 선수 송의영(30,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이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을 치른다. 이후 한국은 21일 중국 선전으로 자리를 옮겨 중국과 맞붙는다.

경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타카유키 니시가야 싱가포르 감독과 송의영이 마이크를 잡았다.

송의영은 인천에서 태어나 싱가포르로 귀화한 한국계 싱가포르 선수다. 그는 지난 2012년 싱가포르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라이언 시티에서 뛰었다. 지금은 태국 2부리그를 거쳐 인도네시아 리가 1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서 활약 중이다.

싱가포르 리그에서 활약하던 송의영은 지난 2021년 싱가포르 시민권을 얻었다. 그리고 빠르게 싱가포르 대표팀에도 합류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키르기스트탄전에서 싱가포르를 대표해 경기에 나서며 A매치 데뷔전을 소화했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타카유키 니시가야 감독과 송의영.

한국과 적으로 만나게 된 송의영은 "안녕하세요 송의영 선수입니다"라고 입을 뗀 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한국을 상대하는 만큼, 나도 선수들도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많이 준비했다. 원정 경기인 만큼 많은 홈 관중들 앞에서 뛰어야 한다. 긴장되고 주눅들 수도 있지만, 준비한 대로 경기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다짐했다.

싱가포르는 FIFA 랭킹 155위로 한국(24위)과는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에 비하면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뒤진다.

다만 한국 축구를 경험해 본 선수들도 몇몇 있다. 지난주에도 라이언 시티와 전북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맞대결이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직접 싱가포르를 찾아 이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송의영은 "많은 동료들이 한국 선수들과 경기해 본 경험이 있다. 내일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표팀 경기와 프로팀 경기는 수준이 다르다. 한국 선수들과 한국 팀의 템포, 피지컬을 상대로 하는 건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싱가포르 축구협회 소셜 미디어.

송의영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누비게 되는 감회도 전했다. 그는 "사실 어릴 적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무대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많은 한국 유소년 선수들이 나와 같은 꿈을 꿨을 것이다. 비록 어웨이 팀으로서 왔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다는 데 감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송의영은 "한국과 경기하기 전에 괌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다. 그때부터 가족들이 꼭 이기고 한국에 오라고 부담감을 줬다"라며 "나도 상암에서 한국과 경기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귀화 후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내일 경기를 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한국 팬분들 앞에서 좋은 경쟁력 있는 팀다운, 선수다운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송의영은 싱가포르에 귀화한 지 벌써 2년이나 됐다. 그는 "비록 귀화를 해서 싱가포르를 위해 뛰고 있지만, 한 나라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큰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첫 경기에서는 긴장을 많이 했다. 내가 싱가포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열심히 뛰었다. 이젠 많은 경기를 뛰면서 플레이에 있어서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동료들과 감독님과 가깝게 지내면서 한 팀으로 뛰고 있다"

[사진] 싱가포르 축구협회 소셜 미디어.

또 하나의 변수는 날씨다. 최근 들어 부쩍 추워진 한국 날씨는 싱가포르의 동남아 날씨와는 크게 다르다. 적응에 어려움이 있을 터.

송의영은 "처음에 동료들과 한국에 들어왔을 때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고 들었다. 굉장히 춥게 느껴졌다. 다음날 훈련을 하는데 선수들이 '몸을 못 움직이겠다'고 할 정도로 적응에 애를 먹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 다음날엔 날씨가 조금 풀려서 '좀 낫다', '몸이 부드럽게 움직여진다'라고 말했다. 나도 이런 날씨에서 공을 찬 지 너무 오래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라고 설명했다.

동료들이 한국 출신 송의영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을까. 그는 “선수들이 내게 많이 물어봤다. 영상을 공유하면서 키플레이어가 누구인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여줬다. 한국 선수들은 워낙 기술과 피지컬이 뛰어나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듣는 것과 경험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전반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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