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친기업 말하면서 기업 때리는 이율배반

임석훈 논설위원 2023. 11. 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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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기업 만나선 ‘정책 뒷받침’ 약속
뒤돌아선 대기업 옥죄는 법안 쏟아내
선거서 표 얻으려 반기업 정서 부추겨
기업 활력 입법 나서야 진정한 친기업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 내 의원 모임인 ‘글로벌 기업 국제 경쟁력 강화 민주당 의원 모임’이 이달 7일 국회에서 ‘첨단산업 글로벌 경쟁력과 책임 경영의 시사점’을 주제로 SK그룹과 토론회를 열었다. SK바이오팜 성장사를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도록 토론에서 나온 내용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6월 13일 열린 ‘글로벌 기업을 돕다-반도체 글로벌 경쟁과 삼성 오너 경영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기업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말들이 민주당 의원들 입에서 쏟아졌다. 김병욱 의원은 “민주당이 그동안 공정을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본 게 사실”이라며 “민주당이 반(反)기업 정당으로 비치는 모습을 탈피하고 실용적이고 유능한 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호 의원도 오너 경영 체제에 대해 “한국의 정서·역사·문화·국민성과 결부됐고 그에 맞는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기에 삼성 같은 일류 기업이 나타났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의원 모임은 올해 4월 한국 경제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범했다. 현재 22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고 지금까지 모두 여덟 차례 세미나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LG·한화·카카오모빌리티·신한투자증권·MBK파트너스·SK 등을 차례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계속 상속세 부담 완화, 금산분리 제도 합리화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해왔다. 그때마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의 어려움 호소에 공감한다며 “시장을 이해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나 국회에서 입법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국민의 삶을 위한 경제정책에는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없으므로 민주당이 유능한 양손잡이가 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업 친화적 행보는 딱 여기까지다. 기업인들 앞에서는 “친(親)기업”을 운운하지만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꾸는 것이 다반사다. 민주당은 온갖 반기업 법안으로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기업 규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모자라 중대재해법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정책들을 밀어붙였다. 현 정부 들어서도 계속 기업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SK와 토론회를 진행하고 불과 이틀 뒤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가 “이러면 기업을 못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했으나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이 법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었지만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갖고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자 곧바로 강행 처리 수순을 밟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노동계를 의식해 당리당략 차원에서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기업들이 줄기차게 수정·보완을 요구해온 상속세 개편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의 대물림’ ‘부자 특혜’라며 제동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속세율은 최고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거대 야당이 상속세 개편에 딴지를 거는 사이 기업의 대주주들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느라 보유 주식을 팔거나 회사까지 처분하고 있다. 최근 삼성 대주주 일가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 5754억 원어치를 매각하기 위해 은행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상속세 납부용이다. 주식이 팔리면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방어에 취약해진다. 알짜 기업이었던 락앤락의 대주주는 상속세 부담에 회사를 아예 매각했다.

민주당은 과표 구간 조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24%)을 적용받는 기업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말로는 친기업을 외치면서 대기업을 몰아세우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거대 야당의 대기업 때리기 의도가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겨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것임을 알 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친기업이라면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상속세 개편 등 기업 활력을 되살리는 입법에 힘을 보태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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