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에 유승민 함께 할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이 가시화하면서 비윤석열계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의 신당 참여 가능성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 전 의원에게 총선의 중책을 맡길 정도로 변한다면 탈당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권말 윤 대통령의 대척점에서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것을 노려 당에 남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당에서는 이 전 대표는 포기하고 유 전 의원을 잡는 분리 대응 전략도 거론된다.
반면 당의 변화가 없는 한 12월에 결단하겠다는 그의 메시지가 신당 쪽으로 이미 쏠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신당에 필요한 세력(이 전 대표)과 대선주자(유 전 의원)를 서로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유 전 의원은 현재의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으면 12월에 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지난 7일 KBS에 출연해 “대통령과 당이 바뀌면 당연히 당에 남는다. 백의종군하더라도 총선을 돕는다”면서 “립서비스, 시늉만 하고 바뀌지 않으면, 변화·혁신의 희망을 볼 수 없으면 그런 결심(신당 창당)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신당 창당에 나선다면 이미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이준석 신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준석 신당 입장에서도 유 전 의원 같은 대선주자급 인물이 가세했을 때 제3당으로서 구색을 갖추는 측면이 있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 한 경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열쇠를 윤석열 대통령이 쥐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친화적 입장을 취하면서 유 전 의원을 만나 총선의 중책을 맡도록 설득한다면 유 전 의원이 당을 나갈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분리 대응하는 당내 흐름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당으로 복귀시켜 역할을 맡기기 어렵지만 유 전 의원은 당에서 활동한 기간도 길고 당내 비판도 ‘선을 넘진 않았다’는 것이다. 한 당내 인사는 “유 전 의원이 최근 들어 윤 대통령 직접 비판을 자제하는 것 같은데 이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단기간에 변화하거나 유 전 의원을 만나 설득할 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결국 그럴 때 유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유 전 의원 측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 나와 “당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셔서 뭐 그렇게 (신당 창당)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정권 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유 전 의원처럼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이 뜨게 돼 있다”며 “총선에서 역할이 없더라도 당에 남아 있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 공세가 펼쳐지면 그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에 공감했다고 한다.
반면 유 전 의원이 지난달부터 12월을 마지노선으로 공언하는 것을 보면 이미 신당 결심이 섰다는 관측도 상당하다. 유 전 의원은 지난 3일 YTN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당을 만들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열려 있다”며 “이 전 대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짐작을 하고 있으니 적당한 시기에는 대화를 하고 뜻을 서로 확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을 공화주의자, 이 전 대표를 능력주의자로 표현하며 중도 신당을 이끌기에 자신이 더 적합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KBS 인터뷰에서 “난 건전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치를 일관되게 해 왔다”며 “이 전 대표가 과거의 능력주의와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진짜 정의당·민주당의 합리적인 분과 같이 할 수 있게 바뀌었다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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