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2월 이어 내년 1월도 금리동결 유력···5월에 인하 나설 수도
근원CPI도 4.0%로 예상치 하회
휘발유 등 에너지가격 하락 영향
10년물 국채금리 4.44%로 급락
다이먼 "인플레 빨리 안 잡힐 것"
월가 '낙관론 과도' 경계 목소리도
예상치를 밑도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의 눈은 이미 금리 동결을 넘어 인하 시점과 폭에 쏠리고 있다. 다만 과소 긴축과 과잉 긴축 모두 피해야 하는 연준의 고민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CPI는 전년 대비 3.2% 올라 전월(3.7%)보다 둔화됐다. 전망치(3.3%)보다도 낮았다. 근원 CPI 상승률도 4.0%로 전월치(4.1%) 및 전망치(4.1%)를 모두 밑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개월간의 근원 CPI 변동을 연율로 환산할 경우 2.8%다. 연초 5개월간의 연율은 5.1%였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10월 4.0%인 근원 CPI를 연준의 정책 결정 기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로 환산할 경우 3.5%까지 낮아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0월 들어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점이 CPI 상승세 둔화에 기여했다. 10월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5% 내리면서 전체 에너지 가격은 3.5% 하락했다. 이 밖에 중고차 가격이 0.8% 떨어져 6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특히 전체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월세가 전월 대비 0.3% 올라 전월의 상승세(0.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의 오름세도 전월 0.6%에서 0.3%로 둔화됐다. JP모건자산관리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글로벌전략가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 같다”며 “내년이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밝혔다.
시장의 자신감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가 각각 1.91%, 2.37% 올라 4월 27일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날 19.1bp(1bp=0.01%포인트) 하락한 4.44%를 기록하면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사태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의 정책적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실업률이 급등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따른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은 10월 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더 빨리, 다 많이 이뤄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전날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시점을 내년 6월로 봤지만 현재 5월로 앞당겼다. 내년 금리 인하 폭도 같은 기간 75bp(1bp=0.01%포인트)에서 100bp로 확대됐다. 내년 말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인하한다는 전망이다.
다만 시장 전망과 달리 실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10월 CPI 지표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 신호로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다. 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행사에서 최근 이어지는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헤드페이크(head fake·교란 지표)’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월가의 일부 거물들도 시장의 물가 낙관론과 금리 인하론이 과도하다고 경계하고 있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단기 지표에 대한 과잉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켄 그리핀도 “연준은 인플레이션 지니를 다시 병안에 넣겠다는 메시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너무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면 2%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연준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 전략을 지지했다.
고금리 유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웰스파고는 최근 발표한 2024 경제 전망 발표에서 연준이 2025년 1분기까지 금리를 3.0~3.25%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하면서 “연준이 물가 불안감에 고금리를 내년 2분기까지 끌고 가면서 경제활동이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고민도 이 같은 과잉 긴축 리스크와 과소 긴축 리스크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 출신으로 PGIM픽스의 수석글로벌이코노미스트을 맡고 있는 달리프 싱은 “인플레이션 급등의 상처를 고려하면 긴축 주기가 끝났다는 선언을 통해 연준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반대로 잃은 것은 많다”면서도 “다만 현실은 금리 인상이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연준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새로운 금리 전망을 제시한다. 9월 회의에서는 올해 말 5.6%, 내년 말 5.1%로 금리를 전망한 바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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