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었음’ 청년, 무려 41만명… 정부, 1조원짜리 처방책 내놨다
정부가 약 1조원 규모의 나랏돈을 투입하는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내놨다. 청년 고용이 1년째 감소세를 보인 데다 ‘쉬었음’ 청년이 올해 1~10월에 41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청년이 늘고, 이들의 쉬는 기간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쉬었음’ 청년 늘어나자 처방책 낸 정부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4만6000명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쉬었음’ 청년은 올해(1~10월) 4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쉬었음’ 청년은 2020년 정점(44만8000명)을 찍고 감소하다가 올해 반등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올해 7~10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을 통해 ‘쉬었음’ 청년에 대한 실태 조사(2826명 설문 조사·45명 심층 면접)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쉬었음’ 청년의 57%가 직장 경험이 있고 구직 의욕이 높은 유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직장 경험이 있지만 구직 의욕은 낮은 경우(21%)가 많았다. 허수진 기획재정부 청년정책과장은 “‘쉬었음’ 청년은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어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비상 경제 장관 회의 겸 수출 투자 대책 회의’를 열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학·재직·구직 단계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예산 9900억원을 투입해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직이 잦은 최근 일자리 환경을 고려해 재직·구직 단계 대책에 특히 공을 들였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44억원을 투입해 취업 초기 청년의 직장 적응을 돕는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신입 사원에게 조직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업무 지식·기술·문화 등을 교육시키는 식이다. 청년층 근로 시간 단축 시 해당 기업에 1인당 3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민간·정부·공공기관 청년 인턴을 올해 4만8000명에서 내년 7만4000명으로 늘려 일 경험 기회를 늘리고, 국가기술자격 응시료를 50% 할인하는 등 인재 양성을 강화한다.
졸업 후 곧장 취업하도록 뒷받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학 일자리 센터 20곳을 활용해 직업계고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교생에게 진로 상담, 직업 체험, 경력 개발 등 맞춤형 고용 서비스를 새로 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고용 서비스도 12개 대학에서 50곳으로 늘리는 식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대상으로 마음 회복, 관계 형성, 공동 생활 등 사례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해 자기 돌봄비(연 200만원)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여성 파워’가 이끈 취업자 증가
청년층 취업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10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34만6000명)이 석 달째 확대된 것은 ‘30대 여성’과 ‘60세 이상 여성’을 주축으로 한 여성 고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10월 여성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8000명 증가하며 전체 취업자 증가(34만6000명)의 91.9%를 차지했다. 남성 취업자 수는 2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여성 취업 증가는 30대(11만4000명)와 60세 이상(18만9000명) 연령대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이달 전체 취업자 수 증가의 3분의 1을 30대 여성이 차지한 것은 저출산 현상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30대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자녀를 갖지 않거나 자녀 갖는 시기를 미루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 30~34세 여성 경제 활동 참가율 상승의 일차적 요인”이라고 했다. 60세 이상 여성의 취업자 증가는 급격한 고령화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고령층 증가로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 등에서 일할 60세 이상 여성 취업이 늘었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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