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이션 확인됐다”… 환호한 금융시장

김은정 기자 2023. 11. 15. 17: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 美 물가상승률 3.2%로 둔화
채권·주식시장 ‘활활’
달러 가치는 뚝 떨어져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2%로 나오면서,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다음달 연준이 금리를 재차 동결할 것으로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면서, 주가가 오르고 채권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화색이 돌았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다이너스 그로브의 한 의류 매장에 가격 할인 사인이 붙어있는 모습./AP연합

불과 1년 5개월 전 9%를 넘어섰던 미국 물가상승률이 3% 초반으로 확실히 꺾였다는 발표가 나왔다. 물가와 한판 전쟁을 벌여온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작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정책 금리를 5.25%포인트 끌어올린 뒤 숨을 고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많은 연준 인사가 “아직 금리 인하를 논하긴 이르다. 상황에 따라 금리를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있지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제 끝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다수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기조가 굳어졌다는 분위기 속에 채권 금리가 꺾이고 주가는 뛰어올랐다.

일러스트=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예상보다 낮은 물가에 증시는 반색

14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부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월 상승률(3.7%)보다 낮은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예상(3.3%)도 밑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0%로 다소 높았지만, 추세는 역시 꺾였다.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이 “면밀히 주시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온 ‘수퍼 코어(super core·초근원)’ 물가는 1년 전보다 3.7%, 한 달 전보다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는 점에 시장은 특히 주목했다. ‘수퍼 코어’는 서비스 물가 중 에너지뿐만 아니라 주거비까지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서비스 비용에는 통상 인건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고용시장이 식지 않으면 인건비가 높게 유지돼 이 물가가 고공 행진하기 마련이다. 인플레가 진짜로 잡혔는지를 보려면 고용 상황이 반영되는 초근원 서비스 물가를 봐야 한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이 역시 확실히 꺾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은 크게 반색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연 5%를 넘나들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4.4%대까지 떨어졌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가 포진한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이날 2.37% 올랐다. 이런 분위기는 아시아 시장에도 이어져, 15일 코스피(2.2%), 코스닥(1.91%), 일본 닛케이225(2.52%), 홍콩 항셍(3.92%), 대만 가권(1.26%)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반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0월 물가 보고서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소식”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것으로 전망을 수정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6개월 내 미국 금리 인하 전망도 나와

달러 가치는 14일 1.5% 급락했고, 달러 대비 나머지 통화의 가치는 일제히 올랐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28.1원 급락해 달러당 1300.8원에 거래를 마쳤다. 달러당 152엔 수준까지 추락하던 엔화 가치도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오르면서 150엔 선으로 회복했다. 원화보다는 엔화 가치 상승 폭이 낮아, 100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49원 내린 863.49원을 기록했다. 2008년 1월 이후 15년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미국의 기준금리 확률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다음 달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확률은 10월 물가 발표 직후 99.8%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만 해도 확률이 85.5% 수준이었다.

시장에선 성급하게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인지로 관심이 모인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 대부분은 내년 3분기는 돼야 첫 번째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날 미국 6개월물 단기국채 금리는 연 5.4%대로 내려앉았다. 향후 6개월간 금리 기대를 반영하는 이 금리가 기준금리 상단(5.5%)을 밑돌기 시작했다는 것은, 6개월 안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장이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입장)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4일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10월 물가 상승세에 대해 “꽤 좋아 보인다”면서도 “2% 물가 안정 목표 달성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도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너무 단기 숫자에 과잉 반응하고 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면서 “연준이 당장은 인상을 멈출지 몰라도, 결국엔 무언가 더 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그리 빨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12월엔 금리를 동결해도 한 번쯤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