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에 이어 KS도 '빅볼' 대세...LG, 29년 만에 한풀이 '쾅쾅쾅쾅쾅쾅쾅쾅'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더 많이 친 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KBO리그에서도 결국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LG 트윈스는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T 위즈에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최정상에 올랐다.
LG가 우승을 향해 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LG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2-2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이 2사 1루에서 문상철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으며 2-3으로 패배했다.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1차전을 놓치며 KT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74.4%였다.
그러나, 2차전부터 승부를 가른 것은 홈런이었다. 1-4로 뒤진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지환이 KT 선발 쿠에바스의 초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LG는 1회초부터 선발 최원태가 4실점을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나, 오지환의 한 방은 잠실구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상승세를 탄 LG는 7회말 김현수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KT를 바짝 추격했다. 그리고 8회말 결실을 맺었다. 선두타자 오지환이 박영현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1루로 걸어나간 뒤 문보경의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들어갔다. 후속타자 박동원은 1사 2루에서 박영현의 초구 체인지업이 높게 몰리자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배트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결국 5-4로 역전에 성공한 LG는 전날 패전 투수 고우석을 9회초에 내보냈고, 고우석은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으며 KT 타선을 제압했다. LG는 2차전 승리로 간신히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타이를 맞췄다.
3차전에서 LG가 모든 득점을 홈런으로만 기록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LG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3회초 2사 2, 3루에서 오스틴 딘이 KT 선발 벤자민의 4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파울폴을 맞추는 스리런 포를 쏘아 올렸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회말 KT 황재균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추격에 나섰고, 5회말에만 KT가 3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자 2차전 히어로 박동원이 다시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박동원은 6회초 1사 1루에서 플레이오프(PO) MVP 주인공 손동현의 4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LG는 박동원 홈런으로 5-4 다시 리드를 잡았으나, 8회말 KT의 반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고우석이 황재균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내준 뒤 1사 2루에서 박병호에게 투런 홈런을 내준 것이다.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KT 김재윤을 상대로 2사 1, 2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장 오지환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재윤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우월 홈런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LG에 3점을 안겨줬다. 오지환의 홈런 한 방으로 리드를 가져온 LG는 9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이정용이 병살타를 이끌어내며 엎치락뒤치락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 전적은 2승 1패로 LG가 앞선 상황. 4차전에서도 LG의 화끈한 불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LG는 무려 홈런 3방을 포함해 15득점을 뽑아내며 15-4로 승리했다. 17안타를 때려내며 KT 마운드를 두들겼다. 특히 KT는 믿었던 불펜 투수 김재윤이 이틀 연속 홈런을 얻어맞으며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결국 중요한 순간마다 홈런을 쳐낸 LG는 KT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비록 5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내지는 못했지만, 선발 투수 켈리의 5이닝 1실점 역투와 장단 11안타로 6득점을 올린 타선 덕분에 6-2로 승리를 거뒀다. LG는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정규시리즈 우승에 이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중요한 순간에서 나온 홈런 덕분이었다. LG는 원래 홈런을 통해 점수를 내는 유형의 팀은 아니었다.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팀 홈런 93개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한 한화 이글스(100개), KIA 타이거즈(101개)보다도 홈런이 적었다.
그러나, 정규시즌과 달리 한국시리즈에서는 맹타를 휘둘렀다. LG는 한국시리즈에서만 총 8개의 홈런을 쳐냈다. KT는 한국시리즈에서 1홈런만 기록했는데 3차전에서 나온 박병호의 홈런이 유일한 2023 한국시리즈 홈런이다. LG는 KT에 홈런 개수 8-1로 압도하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장타율에서도 0.533을 기록하며 0.314의 KT보다 앞섰다.
LG처럼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한 팀이 또 있다. 바로 2023시즌 창단 62년 만에 월드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텍사스 레인저스다. 텍사스는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스몰볼(작전 중심 야구)'을 통해 22년 만에 꿈의 무대를 밟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했다.
애리조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23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스몰볼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과 7차전에서는 총 8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22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월드시리즈에서 희생번트 5개, 희생플라이 2개로 어떻게든 득점을 짜냈다.
그러나 1차전부터 한계가 명확하게 보였다. 텍사스는 3-5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코리 시거의 투런포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연장전으로 돌입한 승부에서도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1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텍사스에 1차전 승리를 안겼다.
2차전에서 1-9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타이를 내준 텍사스는 3차전에서도 시거의 결승 홈런으로 3-1 승리를 거뒀고, 4차전에서도 시거의 투런 홈런을 시작으로 마커스 세미엔의 스리런 홈런, 요나 하임의 솔로 홈런까지 터지며 11-7로 승리했다. 5차전에서도 9회초 세미엔의 투런 홈런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으며 텍사스는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스몰볼을 통한 반전을 노린 애리조나는 월드시리즈에서 홈런 8개를 때려낸 텍사스(애리조나 3홈런)에 무릎을 꿇었다. 타율과 출루율에서는 애리조나(0.270, 0.328)가 텍사스(0.218, 0.303)에 앞섰으나, 장타율에서 텍사스(0.408)가 애리조나(0.391)보다 높았다. 애리조나가 스몰볼로 한 점을 낼 때 텍사스는 홈런과 장타 한 방으로 2점, 3점을 냈기 때문에 경기를 가져오기 힘들었다.
KBO리그 한국시리즈 역시 월드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홈런을 더 많이 때려낸 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홈런이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스몰볼을 통한 야구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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