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긴축 약발 '통화량'에서 갈렸다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11.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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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모두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은 한미 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통화량을 대폭 줄여 물가 관리에 성과를 낸 반면, 한국은 통화량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물가 관리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도 통화 정책은 '긴축'을 표방했지만 통화량의 움직임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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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기준금리 올렸지만
통화량 美 5.3%↓ 韓 5.1%↑
美물가 안정, 韓 여전히 불안

한국과 미국이 모두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은 한미 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통화량을 대폭 줄여 물가 관리에 성과를 낸 반면, 한국은 통화량이 오히려 늘어나면서 물가 관리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2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6개월 동안 시중 통화량(M2)을 21조9000억달러에서 20조7000억달러로 1조2000억달러(5.3%) 이상 줄였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저축성예금 등을 합한 지표로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미국은 이 기간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연 5.5%로 5.25%포인트 인상했고, 양적긴축(QT) 정책을 통해서도 시중의 돈을 빨아들였다. 미국이 통화량을 1년 이상 줄인 것은 196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통화당국이 물가 잡기에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2022년 6월 연 9.1%까지 올랐지만, 2023년 10월에는 연 3.2%를 기록하면서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통화 정책은 '긴축'을 표방했지만 통화량의 움직임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 통화량은 2022년 3월~2023년 9월 3652조원에서 3840조원으로 188조원(5.1%) 이상 늘었다.

정부 돈 풀고 韓銀 방관 … 통화량 관리 딜레마

한국은 이 기간 금리를 연 1.25%에서 연 3.5%로 2.2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통화량 증가율 절댓값은 줄었지만, 여전히 2~3%대 증가율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한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3년 10월 연 3.8%로 미국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한국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6.3%를 기록한 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락폭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지난 7월 2.3%까지 떨어졌던 한국 물가상승률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정부가 물가 관리에 비상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통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우선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개인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 돈은 다시 예금으로 흘러가 통화량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한은 차입을 통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도 통화량 증가 요인으로 지목된다. 올해 9월까지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일시 차입금은 누적 기준으로 113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려 지출을 늘리면 이 돈은 한은이 채권을 발행해 회수하기 전까지 통화량을 늘리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정부와 한은의 통화량 관리는 앞으로도 딜레마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통화량을 계속 늘리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수돗물을 틀어놓고 수면을 손으로 누르는 것처럼 한계가 있는 정책이다. 그렇다고 물가를 잡기 위해 통화량을 줄인다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당분간 정부의 정책 방향이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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