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전 할아버지처럼 … 정의선 英국왕 훈장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 공로
현대차, 英전기차 시장 3위
"통찰력 있는 경영자 주목"
정주영 회장은 1977년 받아
양국 간 거리 8852㎞. 한국인에겐 시계탑 빅벤과 대영박물관으로 유명한 영국. 영국인에겐 도로에 흔한 현대자동차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 축구선수 손흥민의 모국으로 유명한 한국.
물리적 거리가 무색하게 한국과 영국이 경제·문화적 교류를 활발하게 이어오는 데 기여한 공로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했다.
찰스 3세 국왕 즉위 이후 한국인으로는 첫 수훈인 데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7년 받았던 훈장을 손자도 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 훈장 수훈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훈했다고 밝혔다.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정 회장에게 훈장을 전달했다.
대영제국 훈장은 영국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거나 정치, 경제, 문화·예술, 기술·과학,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인물에게 수여된다. 영국 정부 기관이 후보를 추천하고, 영국 왕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훈자가 선정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임관 전 삼성종합기술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을 포함한 역대 한국인 13명이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정 회장은 친환경 저탄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와 함께 영국 대표 미술관인 테이트미술관에 대한 장기 후원 등 한국과 영국 간 경제·문화 협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크룩스 대사는 "정 회장은 선대회장에 이어 통찰력 있는 경영 철학과 인간 중심의 리더십으로 주목받았고 영국과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십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향상했다"면서 "찰스 3세 국왕 즉위 이후 한국 국민 중 처음으로 정 회장에게 대영제국 훈장을 서훈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영제국 훈장은 현대차그룹이 양국 협력과 우호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받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미래 신사업,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관계 강화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7년 양국 간 무역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았다. 정 선대회장은 1970년대 초 영국 엔지니어링·조선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에서 차관을 빌려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한 뒤 현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500원권 지폐로 차관을 성사시키고 조선소도 없이 울산 백사장 사진만으로 선박을 수주한 것은 그의 과감한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한편 영국에서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982년 처음 영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며 현지에 진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영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8.7% 증가한 17만3000대를 판매해 점유율이 9.2%에 달한다. 영국 유력 자동차 전문 매체들이 현대차와 기아를 '올해의 자동차 회사'로 선정하는 등 영국 자동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환경차 분야에서 성과는 더 두드러진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영국에서 전기차 2만8000대를 판매해 테슬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대표적 자동차인 현대차 아이오닉 5는 '2022 영국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기아 EV6는 영국 유명 자동차 매체 '왓카'에서 선정한 '2022 올해의 차'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사업적으로도 영국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영국 기업들과 손잡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롤스로이스와 함께 기체에 탑재될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 배터리 추진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대영제국 훈장뿐 아니라 자동차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글로벌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2021년 영국의 글로벌 유력 자동차 매체인 '오토카' 최고상인 '이시고니스 트로피'를 수상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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