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안되고, 표 안나는 법 외면 … 기업들만 애탄다

전경운 기자(jeon@mk.co.kr), 송민근 기자(stargazer@mk.co.kr) 2023. 11. 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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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총선 표심' 몰두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엔
앞다퉈 "우리가 주도" 생색
野 노조법·방송법만 처리
경제단체 거부권 촉구성명
경제 살리는 법은 뒷전
유동성 위기기업 지원하는
기촉법 일몰 한달째 방치
중대재해법 현장요구 묵살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표(票)퓰리즘' 입법에 경쟁적으로 나선 가운데 정작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은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는 친기업적 법안을 처리했다가 지지층의 비판을 살까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여당 역시 야당과 주고받기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업 관련 법안은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의 빠른 회생을 돕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지난달 15일 기한 만료로 일몰된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위원장 백혜련)에서 일몰 연장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를 얻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해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다. 법정관리가 위기에 빠진 기업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면 워크아웃은 신속한 정상화에 도움이 되고 경영권 유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필요한 제도다.

기촉법 일몰을 앞두고 정부는 물론 중소·중견기업계까지 나서 기한 연장을 호소했다. 국회에도 일찌감치 기촉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여야가 일몰 전에 상임위를 열어 충분히 개정안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기촉법 일몰 방치가 더 큰 비판을 받는 것은 1기 신도시 재건축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응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느닷없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올해 말까지 제정하겠다"면서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의 여론 몰이에 여당은 "우리는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었다"며 성과를 뺏길까 민감하게 반응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별도 메시지를 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신도시 특별법에 쏟은 정도의 정성으로 기촉법 협의에 임했다면 벌써 일몰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며 "양쪽 모두 민생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하지만 말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에 기촉법 등 시급한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만 단독 처리했다. 여당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막는 데만 급급했다.

기촉법이 일몰되면서 워크아웃 제도 활용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채권금융기관들이 참여하는 자율 운영협약을 가동했다. 국회의 책임 방기로 비롯된 입법 미비를 금융기관에 떠넘긴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초과 이익'의 최대 40%를 환수하는 '횡재세법'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회에 묶여 있는 법안은 기촉법뿐만이 아니다. 내년 1월 26일 종료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빗발치고 있지만 야당은 예정대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 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9.9%가 유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형마트가 영업 휴무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2020년 9월 국회에 상정된 이후 현재까지 상임위 논의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21대 국회 종료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법안이 자동 폐기될 처지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됐을 때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해주는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도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1월 해당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에서 잠시 논의된 뒤 1년 가까이 방치됐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49개 업종별 단체는 이날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총과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반도체산업협회,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49개 업종별 단체는 성명서에서 "야당이 산업현장의 절규를 무시하고 정략적 판단으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개악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경운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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