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증액 여야 입장차···민주당 “원상복구” VS 국민의힘 “재구조화”
여야 모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5조2000억원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면 입장차가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R&D 예산을 원상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반적인 삭감 기조를 유지하면서 성장 동력 육성 예산을 늘리는 ‘재구조화’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세대를 위한 R&D 예산 관련 연구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비효율적 예산이나 불필요한 자원을 줄이는 대신 미래를 위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혁신 동력을 키워주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R&D 시스템에 비효율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걷어내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의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전반적으로 R&D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기조는 유지하는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방적으로 삭감이라기 보다는 R&D 예산 재구조화”라며 “재구조화 과정에서 놓치거나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R&D 사업 재검토를 지시한 직후인 지난 8월 국민의힘은 ‘R&D 카르텔’로 인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책정됐다며 예산 삭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 연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R&D 예산 복원에 나서면서 국민의힘도 일부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선 R&D 예산 증액에 그렇게까지 나설 필요가 있냐고 했는데 당에서 밀어붙였다”라며 “민주당에서 예산을 늘렸다고 홍보할 텐데, 우리도 늘릴 생각이 있으면 먼저 알려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삭제된 R&D 예산을 국회 심사 과정에서 복원하겠다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과방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정부가 편성한 과기정통부 예산에서 약 2조원을 증액하고 약 1조2000억원을 감액해 총 8000억원 가량을 순증한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해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 약 2조원을 증액했다.
의결 후 예산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표’ R&D 삭감을 되돌렸다”며 “불필요한 경비 및 예산은 과감하게 줄이는 대신 삭감된 청년 연구자 인건비를 복구하고,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들의 지속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은 정부가 삭감한 R&D 예산 5조원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수천억원 정도만 증액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생각에서인지 (정부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젊은 연구자들이 연구직에서 쫓겨나거나 생계에 위협을 겪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반드시 R&D 예산을 복원해서 국민들의 걱정거리도 덜어드리고 젊은 연구자들의 희망도 꺾지 않고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도 R&D 예산 일부를 복원한다는 데 민주당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반성하고 복구하겠다고 하는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역시 말은 해놓고 행동을 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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