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 4.5일제 도입 향해 나아가겠다…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시대”
고용노동부, 올해 3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 발표했다가 노동계 반발 사
尹 대통령은 보완 지시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매끄럽지 못했다’ 노동부 지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노동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면서 ‘주 4.5일제’ 도입에 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대전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85차 대전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하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늘리고 총량을 늘려서 성장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전략은 이제 있을 수 없다”며 “노동의 생산성과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OECD 평균과 따져 봐도 한참 노동시간이 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다른 나라들은 주 4일제를 향해 가는데, 다시 노동시간을 더 늘린다고 하는 것이 과연 국가 정책적으로나 경제 전략상으로 옳은 일이냐”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국민 삶의 수준을 높이며, 양이 아니라 질로 (그리고)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올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연장 시도는 소모적인 논란만 일으켰다”며 “주 4.5일제 도입을 시작으로 주 4일제 사회로 전환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5월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133년 전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외치며 일어섰건만, 2023년 대한민국에서는 ‘주 69시간 노동’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돼 땀 흘려 일하는 시민의 삶이 위태롭다”고 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1시간으로 38개 회원국 중에서 다섯 번째로 길다.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긴 회원국은 콜롬비아(2405시간·2021년 기준), 멕시코(2226시간·2022년 기준), 코스타리카(2149시간·〃), 칠레(1963시간·〃) 등 중남미 4개국뿐이다. OECD 국가 평균 1752시간보다는 149시간이 길다.
노동부는 올해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현행 최대 52시간에서 주 단위 근로 시간이 더 늘어나 69시간까지 가능해지는 월·분기·반기·연 단위 전체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가, 노동계의 반발을 샀고 윤석열 대통령도 보완 지시를 내렸었다.
당시 노동부는 ‘Q&A 자료’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으로 주 최대 69시간, 64시간 근로 등 장시간 근로가 확대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주 52시간제의 틀 안에서 ‘1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근로시간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 52시간제도 내에서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더하면 다른 주는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특정 주의 상한 시간만 부각하는 것은 제도의 본질 왜곡이라고도 반박했다.
첫째 주에 29시간 연장근로로 총 69시간 일하고 둘째 주에는 23시간 연장근로로 총 63시간을 일하면, 셋째 주와 넷째 주에는 아예 연장근로 불가라는 예시를 노동부는 들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 속에 윤 대통령이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결정할 사안이라며 개편안 발표 과정에서 노동부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근로제도 개편 방안 발표 8개월 만인 지난 13일 노동부는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지난 6~8월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노동부는 전 업종의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3월 개편안과 달리 ‘일부 업종·직종’에만 확대한다는 방향만 제시한 채 어떤 업종에 적용할지, 주 최대 근로시간은 얼마가 될지는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장시간 근로로의 후퇴’ 논란과 국민 공감대 형성 없는 ‘일방적 개편’ 비판을 고려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추진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개편 대상 업종·직종은 장시간 근로와 건강권 문제 우려를 해소할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근로자 건강권 보장방안에 노·사 모두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과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된 현장의 수요와 관행, 다양한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