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공급망 재편은 필수"···삼성·현대차·LG 동맹도 빨라져

진동영 기자 2023. 11. 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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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에 등돌린 삼성···中 맞서 국내기업간 협업 가속
삼성, 줄어드는 中 LCD 물량
LG디스플레이서 수급 가능성
현대차도 삼성·LG 배터리 확대
선대회장 시절 경쟁 구도 벗고
미래 사업 파트너로 적극 손잡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손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마저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 혹은 우호국 중심으로의 공급망 재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짙어지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와 BOE 사이의 기술 침해 갈등은 디스플레이 협력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비롯해 중국과의 관계가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부각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상쇄할 우호적 관계의 기업 중심으로 새롭게 꾸려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005380)·기아, LG(003550) 등 국내 대표 기업 간의 동맹 관계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줄어드는 中 물량, LGD로 향할까=삼성전자가 BOE와 협업 관계를 이어왔던 것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을 철수한 액정표시장치(LCD) 때문이었다. 수익성은 낮지만 LCD TV는 여전히 글로벌 TV 시장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CD TV 패널(65인치 4K 기준)의 가격은 지난해 9월 106달러에서 올해 9월 177달러로 1년 새 66.98%(71달러) 상승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맹렬한 추격 속에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이크로LED 등에 투자를 늘렸지만 여전히 LCD TV의 비중이 높아 이를 외면할 수 없다 보니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 침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강력한 법정 대응 방침을 정하면서 삼성전자와 BOE 간 관계는 사실상 단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BOE가 OLED 패널 시장에서도 맹추격하며 협력사라기보다는 경쟁사에 더 가까워지면서 두 회사 간 단절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BOE 패널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4년에는 완전히 공급을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TV 패널에 앞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스마트폰 패널 협업은 이미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재 LCD 패널 최대 공급사인 중국의 CSOT에 대해서도 비중을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SOT·BOE 등에서 줄어든 물량은 LG디스플레이(034220)와 대만의 AUO, 일본의 샤프 등으로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에서 벗어난 우호적인 공급망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경쟁자에서 파트너로···삼성·현대차·LG 동맹 재편=이런 상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차·LG 등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과거 사업 경쟁 등으로 소원했던 국내 주요 기업들이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새로운 동맹 관계를 구축해 가는 배경이다.

TV·가전, 디스플레이 등에서 경쟁해 왔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조심스럽게 협업 관계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중국에서 여전히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물량 증대에 대비해 공장 가동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LED 패널에서의 협력도 이를 계기로 활로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G디스플레이는 대형 분야의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유비리서치는 내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을 최소 약 10만 대 구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성차 시장에서 안정적인 국내 공급망 구축을 바라는 현대차가 더해지면서 국내 대표 기업들 간 협업 사례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각 그룹의 선대회장 시절 경쟁 구도가 이재용 삼성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3세 경영인으로 넘어오면서 확연히 다른 색깔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006400)는 현대차가 2026년부터 7년 동안 유럽에서 생산할 차세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액수로는 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찾은 현대차그룹 회장과 회동하면서 새로운 관계 구축을 알리기도 했다.

LG 또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현대차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구 회장과 정 회장은 2020년 6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만나 협업 확대를 논의한 바 있다. 최근에는 LG전자가 현대차의 제네시스 신모델에 차량용 웹OS 콘텐츠 플랫폼을 적용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협업뿐 아니라 실무적 차원에서는 각 기업 간 협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이 같은 흐름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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